교사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시행 시 도농격차 우려”

전교조, 고교교사 1220명 대상 학점제 의견조사 결과
교육부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추진에 82% “효과 없다”
교사 96% “정시 확대, 고교학점제 안착에 부정적”
  • 등록 2022-07-22 오후 2:55:57

    수정 2022-07-22 오후 3:02:11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교사 선언자 모임이 작년 8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욱부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 대한 고교학점제 반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자는 김혜경 서울유현초 교사.(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8명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지역 격차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에 해소할 계획이지만, 교사들은 이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22일 이러한 내용의 고교학점제 고교교사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했으며 전국의 고교 교사 1220명이 참여했다.

지방 학교, 선택과목 담당할 교원 구인난

조사 결과 응답 교사 10명 중 8명이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지역 격차를 우려했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골라 들은 뒤 학점이 쌓이면 졸업하는 제도로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하며, 이를 가르칠 교사·강사 확충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은 온라인을 활용한 공동 교육과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소위 ‘온라인 고교’ 신설이 지역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온라인 고교 신설 방안이 지역 격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47.2%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35.1%였다. 응답교사의 82.3%가 온라인 고교의 지역격차 완화 효과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교사들이 지역격차를 우려하는 이유는 농어촌 지역일 수록 강사·교사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 학교에선 선택과목 개설을 위해 강사·교사를 초빙하려 해도 오려는 사람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온라인 고교가 지역 격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응답.(자료: 전교조)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기간제교사나 강사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6%에 달했다. 중소도시 교사들은 89%가, 읍면지역은 87%가 이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나마 대도시의 경우 이런 응답이 84.4%로 낮았지만, 대도시 역시 강사·기간제교사 구인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관계자는 “지역 규모와 상관없이 기간제 교사·강사 채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간제교사·강사 채용 과정을 교육지원청이 전담하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응답 교사의 79.8%는 기간제교사·강사 채용을 교육지원청이 전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 교사의 96%는 최근의 ‘정시 확대’ 기조가 고교학점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정시 비중 확대가 고교학점제 정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67.36%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이란 응답도 28.17%였다.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수강해야 하는데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수능 과목 중심으로 선택이 쏠릴 수밖에 없어서다.

학점제 엇박자 ‘정시 확대’ 국정과제서 제외

윤석열 정부도 대선 당시에는 ‘정시 확대’를 공약했지만, 이후에는 현행 유지로 입장을 틀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5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정시 확대는 교육현장에서 사교육 증가, 고교교육 내실화 저해 등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공론화를 거쳐 2024년 2월을 목표로 새 대입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정부 출범 직전에 공개한 국정과제에서 ‘정시 확대’ 부분을 삭제했다.

정시 비중 확대가 고교학점제 정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응답.(자료: 전교조)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해선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고 보는 교사가 많았다. 81.62%가 ‘기존 방향대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존치해야 한다’는 18.28%에 그쳤다. 전교조 관계자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보다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과정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별도로 존치할 이유가 없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학점제 하에선 2~3학년 때 이수하는 선택과목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될 예정이다. 선택과목마저 상대평가를 유지할 경우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자사고 존치 시 내신 불리함 사라질 것”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존치할 경우 이들 학교에선 더 이상 내신에서의 불리한 요소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응답 교사의 51.89%는 이런 지적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29.37%도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모두 합해 81%가 절대평가 시행 이후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봤다. 전교조 관계자는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내신 경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적 높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대입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점제를 시험할 연구·선도학교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는 일반계고 중 83.8%(1408개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과목 담당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선 3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24.76%로 조사됐다. 4과목 이상을 담당한다는 교사도 5%였다. 이들 중 전공과 관련 없는 과목을 가르친다는 교사는 23.39%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추진 시 선결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자료: 전교조)
응답 교사의 52%는 이런 이유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철회헤야 한다고 응답했다. 선결과제 해결 후 시행하자는 의견은 42.3%, 예정대로 2025년에 시행하자는 응답은 5.69%였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위한 선결과제(복수응답)로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7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원정원 확충(75.1%), 다과목 교사 표준 시수 제시(65%), 수능자격고사화 등 대입제도 개편(60%)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반하는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폐기 입장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는 진로를 정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이 제시한 선결과제 해결에 교육부가 지금처럼 미온적 대처를 계속한다면 고교학점제 파행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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