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의 첨단기술주들이 잇따라 실적부진을 밝히면서 폭락한 영향으로 유럽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세계의 첨단기술주들이 동시에 큰 시련을 겪고 있다.
11일 영국 런던의 FTSE지수는 130.10포인트, 2.08% 하락한 6,117.60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는 111.52포인트, 1.67% 떨어진 6,561.63을, 프랑스 파리의 CAC지수는 187.18포인트, 3.05%나 하락한 5,596.12를 기록했다.
이날 유럽 증시의 폭락은 뉴욕의 첨단기술주들의 실적부진 발표에 따라 첨단기술주와 텔레콤주식들이 대거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주마저 약세를 보여 지수하락폭이 커졌다.
그나마 상승세를 기록한 업종은 정유주 정도였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뉴욕의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실적부진을 밝히는 바람에 파리의 네트웍장비업체 알카텔이 9%, 런던의 광섬유(화이버 옵틱스)업체 북햄 테크놀로지가 14.1%, 마리코니가 6.4%씩 급락했다.
텔레콤주식도 약세를 면치못했다. 보다폰 에어터치가 5.8%, 프랑스텔레콤이 6.7%씩 하락했고, 도이체텔레콤도 2.6% 떨어졌다. 프랑스텔레콤의 경우 최근 인수설이 나돌던 이퀀트와의 협상을 시장분위기 때문에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주가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이퀀트까지 이날 7.3%나 폭락하는 결과를 빚었다.
파리의 부이그와 프랑크푸르트의 엡코스도 각각 9.1%, 10.2%씩 떨어졌다.
뉴욕 반도체의 약세로 인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4.2% 하락), 인피니언(4%), ARM홀딩스(2.3%) 등 유럽의 반도체회사들도 급락했다. 특히 ARM홀딩스는 이날 전년보다 2배이상 늘어난 좋은 수익을 발표, 초반 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결국 약세로 밀리고 말았다.
소프트웨어도 하락했다. 런던의 로지카(7.8% 하락), 세마그룹(5.8%), CMG(5.5%), 파리의 캡 제미니(4.8%), 프랑크푸르트의 SAP(4.9%) 등 대부분 소프트웨어주식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독일판 나스닥시장인 노이에마크트시장도 간판종목인 T온라인이 8.4% 하락하는 등 이날 6.9%나 떨어진 4,064를 기록, 지난 3월의 최고치 8,546의 절반이하로 가라앉았다.
이날은 유럽의 금융주들도 맥을 못추고 하락했다. 런던의 자산관리회사 슈로더가 6.2% 하락하고 로열 스코틀랜드은행이 3.1% 떨어졌으며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은행이 7.5%, 드레스드너은행이 6%씩 하락했다. 도이체은행은 전일부터 나돌던 정크본드(하이일드본드)시장에서의 대규모 손실소문에 대해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주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파리
의 소시에테 제너럴은행도 7.7% 하락했다.
이날 강세를 보인 종목은 정유주정도였다. 쉘이 2.7%, BP아모코가 1.8%씩 올랐지만 지수의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