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OCI가 픽한 SN바이오사이언스 기평 고배…"내년 상반기 재도전"

글로벌 기술수출, 2상 데이터 '미흡' 지적
"내년 6월 기술성 평가 재신청"
  • 등록 2023-10-13 오전 8:30:45

    수정 2023-10-13 오전 9: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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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잘 녹지 않는 항암 물질을 주사제로 쓸 수 있는 원천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SN바이오사이언스(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임상 2상 데이터가 없다는 점, 글로벌 기술이전 딜이 없었다는 점이 탈락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내년 6월 기술성 평가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박영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대표.(자료=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BBB, BBB 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기술성 평가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2곳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통과된다. 평가기관들은 기술성과 사업성에 관한 35개 평가 항목을 심사해 등급을 매긴다.

취재에 따르면 평가기관들은 에스엔바이오의 임상 단계가 아직 초기라고 판단했다. 임상 2상 중간 데이터까지 검토 후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췌장암 치료 후보물질 ‘SNB-101’은 심사를 받을 당시 임상 1상에 머물러 있었다.

에스엔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1상만 마치고도 기평에 통과한 기업들 사례를 봤고, 기평 심사를 받는 동안 미리 신청해 둔 국내 2상 임상계획서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심사 과정에 ‘보완’이 나오면서 승인 일정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심사 결과가 나온 후 임상시험승인이 나와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성과가 없다는 점도 평가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에스엔바이오는 국내 항암제 점유율 1위 제약사 보령(003850)과 기술수출 2건을 맺었지만, 해외 제약사를 상대로 한 계약은 아직 없다. 다만 보령과의 총 계약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에스엔바이오는 사업 재정비 등을 거쳐 내년 6월 기술성 평가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에스엔바이오의 SNB-101은 현재 시판 중인 항암제 ‘이리노테칸’(Irinotecan)의 활성대사체(SN-38)를 주성분으로 하는 나노항암제다. 회사의 핵심 플랫폼인 ‘이중나노미셀’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약물전달기술로, 몸 안에서 잘 녹지 않아 약효 발현이 어려운 약물을 수용성화 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을 통해 이중으로 둘러싸는 기술이다. 고형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임상 1상에서 이리노테칸 제제보다 우수한 안전성과 일부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는 나노항암제가 임상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던 장벽 중 하나인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췄다.

에스엔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지분 18.39%를 보유한 OCI홀딩스(010060)다. 폴리실리콘 제조기업 OCI(456040)는 지난 5월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사업회사인 OCI로 인적분할했다. OCI는 부광약품(003000)과 합작법인을 통해 2019년 에스엔바이오에 50억원을 투자, 최대주주가 됐다.

에스엔바이오는 국내 ‘톱3’ 원료의약품 회사인 국전약품(307750)과 합작법인 출범도 앞두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항암주사제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는 11월 나노의약품 생산 공장 ‘KS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할 계획이다.

“유효성 데이터·확실한 기술수출 성과 필요”

최근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바이오 벤처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유효성을 평가할만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확실한’ 기술이전 성과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한 이력이 있지만, 지난 8월 기평에서 탈락했다. 평가기관에서는 기술수출 계약상 업프론트(계약금)가 너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다른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아리바이오도 미국 임상 3상에 진입했고 국내에서 1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3월 기평에서 탈락했다. 명확한 탈락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상 3상까지 가는 동안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 데이터와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성과가 요즘 기술성 평가 결과를 좌우하는 트렌드 같다”며 “특히 기술이전 딜도 초기 계약금이 얼마인지, 세부적인 마일스톤 규모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 같다. 임상 1상이지만 통과된 기업의 경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중이어야 하고 기술이전 계약금 규모도 커야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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