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책위는 뭐하고?…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위 두고 논란

[마켓인]
수책위 역할과 비슷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
지난 25일까지 개정안 관련 국민 의견 수렴
10명 위원 임명과 연임 여부는 이사장 권한
"수책위 패싱 우려…기존 역할과 많이 겹쳐"
  • 등록 2023-07-27 오전 5:48:07

    수정 2023-07-27 오후 4:12:01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에 수탁자책임 활동의 충실한 이행을 돕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를 설치한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되는 개선위가 기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가 위원들의 임명 및 연임 권한이 이사장에게 있어 내부에선 수책위를 패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사진=뉴스1)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에 개선위를 설치하기 위한 기금운용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예고하고 지난 25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3월 개선위를 설치하기 위해 처음 운용규정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고한 뒤 이번에 다시 입안한 것이다. 개선위의 역할은 △소유분산 기업 등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상황 점검·자문 및 개선 등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에 투자기업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책위를 두고 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매년 검토 및 개정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위원회다. 이 때문에 개선위와 수책위의 역할이 상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선위 위원은 이사장이 위촉하는 10명 내외의 민간전문가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자격요건은 △집합투자기구에서 자산운용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사람 △공공기관에서 재정 또는 자산운용을 5년 이상 담당한 사람 △경제학과 경영학 또는 투자 대상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가졌거나 대학에서 전임강사 이상의 직에 재직 중인 사람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사람 등이다.

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되,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연임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개선위의 존속 기간이 2년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사장이 원하는 대로 운영하다가 임기가 끝날 때쯤 위원회를 해체하려는 것이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실제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8월 31일까지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한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관계자는 “수책위 등 전문위원회에 이런 계획에 대해 언질도 없이 국민연금공단 차원에서 공고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장이 선발하고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이사장 마음대로 위원들을 앉히고 2년 안에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대한 수책위를 패싱하고, 내년 수책위 활동이 있기 전에 개선위를 설치하려고 하는 듯하다”며 “그동안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사항을 수책위에서 논의했는데, 이제 포스코나 KT&G,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사항을 수책위로는 안 넘기게 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책위는 기금운용본부에서 판단하기 곤란하거나 전문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콜업)하는 주주권 행사안에 대해 결정하고, 그 결과를 기금위에 보고한다.

올 하반기에 설치될 예정인 개선위와 관련해 국민연금 안팎으로 각종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상근전문위원 3명과 외부전문가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수책위가 주요 투자 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왔던 만큼 개선위가 앞으로 수책위의 짐을 덜어줄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다른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관계자는 “수책위는 안건을 심의·결정하고 개선위는 자문하는 자리라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양자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개선위가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봐야겠지만, 개선위 설치가 수책위를 패싱한다기보다 현명하게 각자 역할을 한다면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행정기관위원회법을 참고해 개선위 존속기한을 2년으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 위원회를 설치할 때는 목적 달성을 위해 최소한의 기한 내에서 존속기한을 정하는데, 행정기관의 장이 2년마다 소관 자문위원회의 존속 여부를 점검해야 해서 행정의 비효율성을 줄이고자 2년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개선위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하려는 것이며, 개별기업의 의결권 행사는 다루지 않고 국내 기업 전반의 가치를 제고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수책위 패싱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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