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달라는 집요한 시어머니 압박, 이혼할까요[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 등록 2023-09-24 오전 8:00:00

    수정 2023-09-24 오전 8: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2년 전 결혼한 저희 둘은 맞벌이 부부입니다. 남편은 대기업 직장인이고, 저는 사업을 하고 있고요. 남편은 결혼 전까지 시부모님 댁에서 살았는데, 시부모님은 평범하시고 두 분 모두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님의 노골적인 돈 요구가 시작됐습니다. 결혼 한 달 차, 시어머님이 ‘일주일 후에 오피스텔 재계약이 있는데 돌려줄 보증금이 약간 모자르다’며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시는 겁니다. 남편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시고요. 결혼 초기였고 통장에 돈도 있어서 바로 2000만원 보냈습니다.

시어머님은 젊은 시절에도 크고 작은 사업에 손대면서 큰 돈도 벌어보셨다고 합니다. 나이가 드신 후엔 부동산 투자를 조금씩 하고 계시는데요. 결혼 전에 어머님이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남편도 조금씩 계속 드렸다고 합니다.

시어머님은 처음 빌린 2000만원을 한 달 후에 갚으셨는데, 그 후에 저를 또 찾아오셨습니다. 오피스텔 서류를 내밀면서 ‘이거 너한테 줄 꺼니까 가지라’면서 오피스텔 세입자한테 보증금을 줘야 하는데,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빌려달라고 하시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있던 돈을 긁어모아 5000만원을 드렸습니다. 시어머니의 돈 요구는 그 이후로 계속됐습니다. 제게서 가져간 돈만 1억2000만원이나 됐습니다..

문제는 남편입니다. 알고 보니 남편도 어머니한테 돈을 드렸는데요. 마이너스통장에 신용대출, 캐피탈 등 모든 돈을 끌어모아 8000만원이나 드렸더라고요. 어머니가 회사까지 찾아와 ‘자신이 감옥에 간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순한 남편은 앞으로도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게 뻔한데, 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시어머니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시어머니의 계속된 돈 요구로 고부갈등은 물론 부부갈등까지 생겼어요.


△사연 속 부부와 시어머니 간에는 민법 제974조 제1호에 따라 서로 간 부양의 의무가 있습니다. 이때의 ‘부양’이란 필요로 하는 모든 돈을 다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양을 받을 자의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 범위로 한정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런데 사연 속 시어머니는 자신의 오피스텔 보증금 반환 등 통상의 필요비 범위를 넘는 돈 요구를 반복해 왔습니다. 심지어 부부가 서로에게 이를 비밀로 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행동은 부부가 건강한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서로 간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당연히 부부 갈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 2년 만에 시어머니에게 빌려준 부부의 돈이 2억원입니다. 이런 상황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판단되면 이혼이 가능한데요. 만약 사연 속 아내가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무리한 금전 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거나 이를 방어 또는 중재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고 가정합시다. 이럴 경우 남편이 이에 응하지 않거나 방관하는 태도로 상황을 계속 악화시킨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빌려준 돈은 받을 수 있을까요.

△시어머니가 순순히 빌린 돈을 변제한다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차용증’의 존재가 중요한데요. 만약 시어머니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했다면 이를 근거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신청 등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차용증이 없다면 시어머니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다른 증거로 입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어머니가 돈을 빌리면서 ‘언제 갚겠다’, ‘이자를 얼마 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거나, 실제로 이에 따라 매월 이자를 보내온 내역 등이 있다면 유력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빌려준 돈이 있는 상황에서 이혼하면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나요.

△차용증이 있고 시어머니로부터 빌린 돈의 변제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시어머니에 대한 1억2000만원의 대여금반환채권을 사연 속 아내의 적극재산에 포함하고 재산분할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의 방법으로 위 대여금반환채권을 남편에게 양도하고, 남편에게서 그만큼을 재산분할금으로 받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차용증이 없거나 시어머니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의 증명이 불가능할 경우, 시어머니로 인해 부부공동재산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해 남편의 기여도를 낮추고 아내의 재산분할 비율을 높이는 것만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의 채무는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될까요.

△남편의 마이너스 통장, 캐피탈, 신용대출 채무가 부부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했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분할대상재산이 될 수 있는데요. 사연을 보면 남편이 대출을 받게 된 이유가 시어머니의 개인 부채를 변제해 주기 위한 것이지 부부공동생활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남편의 채무는 아내와 이혼하더라도 재산분할대상으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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