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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2년 5월 23일이었다. A씨(60대)는 이날 오후 4시 45분께 인천 연수구의 자택에서 딸 B(사망 당시 38세)씨에게 수면제를 건네 스스로 복용하게 했다.
B씨가 잠이 들자 A씨는 베개와 수건으로 그의 코와 입을 눌러 살해했다. 이후 자신도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6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범행을 결심한 배경에는 38년간 돌본 딸에 대한 사랑과 애정, 고통 등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B씨는 같은 해 1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딸의 간병은 오로지 A씨 몫이 됐다. 남편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아들은 결혼한 뒤 출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죽음으로서 딸의 고통을 없애주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法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혐의를 전부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죄는 명백하지만 38년간 의사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딸의 대소변을 받아 가며 돌본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항암치료 과정에서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 판결로 선처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나 국가나 사회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잠이 든 상태를 확인하고 범행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며 A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앞서 징역 12년을 구형한 검찰이었지만 A씨가 장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딸을 돌봤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