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으면 위기”...롯데家 ‘형제의 난’ 봉합되나

29일 신동빈·신동주 롯데호텔에서 독대
2015년 7월 경영권 갈등 발발 후 처음 대화 나눠
“주총 이후 신동빈 체제 강화...신동주 화해 거절 어려워져”
경영권 분쟁 계속될 시 정부 ‘손’ 댈 수 있다는 위기감 증폭
  • 등록 2017-07-03 오전 5:00:00

    수정 2017-07-03 오전 5:00:00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이전투구’를 벌이던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형 신동주(63)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2년 만에 독대했다. 두 사람이 마주해 대화를 나눈 것은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신동빈 체제’가 강화된 영향이 이번 독대 배경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신동빈 체제 유지를 재차 결의하면서, 신 전 부회장은 경영 복귀의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시 재벌 개혁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사정 칼끝’이 롯데로 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된 상황이다. 궁지에 몰린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결국 화해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친 제안에 2년 만에 마주 않은 형제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 전 부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 외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모친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씨의 화해권고가 있었고 친척들의 중재 제안이 있었다”고 독대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화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경영권과 관련한 특별한 합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독대한 것은 지난 2015년 롯데가 ‘형제의 난’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2015년 11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건강문제로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두 형제는 마주앉지 않았다. 최근 지주회사 설립과 신 총괄회장 후견인 문제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조차 독대 대신 법률대리인을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신동주, ‘신동빈 손’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한 시점이 미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친의 권유로 형제가 마주 앉았다기에는, 형제간 감정의 골이 매우 깊었던 탓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회장은 일본 경영진을 추종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위에 오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수 있는 위험만을 초래했다”며 신 회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주총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후계구도 추가 동생 신 회장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4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롯데 본사에서 ‘2017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사외이사 3명을 포함한 8명을 재선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사 임기가 만료돼 새 이사진에서 배제됐다.

신 전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의 도덕적 흠을 들어 맹공을 펼쳤지만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신동빈 체제 유지를 재차 결의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본인을 포함 이사 4명에 대한 선임 건은 모두 부결됐다. 주주들이 신 회장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셈이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임시주총과 6월 정기주총에 이어 세 번째로 경영복귀가 좌절됐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으로 신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롯데 주주들의 신임이 확고하다는 게 증명됐다”며 “반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 내 입지는 급격히 약화했다. 롯데의 후계구도가 선명해졌는데,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의 손을 무조건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난’ 계속된다면 정부 ‘사정 칼’ 불러올 수 있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신 회장이지만 형과의 화해는 필수적이다. ‘형제의 난’으로 지배구조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사정 칼끝’을 들이밀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롯데그룹을 포함한 6대 재벌을 개혁대상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최근 부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롯데를 비롯한 유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신 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뇌물공여 혐의로 수시로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그룹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상반기에만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형제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재계 서열 5위‘라는 지위 역시 휘청일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한두 번 만남으로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신동빈 회장은 화해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화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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