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비딱한 빨강…강예신 '오우 갓! 너 어딨니'

2021년 작
심드렁 캐릭터 내세워 "할 말 다 하는"
스프링처럼 튀는 '레드룸' 시리즈 선봬
'책장' '숲'의 서정 벗겨낸 적극적 세계
  • 등록 2021-08-24 오전 3:20:00

    수정 2021-08-24 오전 3:20:00

강예신 ‘오우 갓! 너 어딨니’(사진=아뜰리에아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딱한 빨강’이 아닌가. 곱고 진한 빨간 배경에, 그보다 더 곱고 빨간 사과를 질끈 밟고 선, 악동 같은 저 소녀 때문에 말이다. 뺨까지 빨갛게 물들인 소녀는 핀으로 찌른 단발머리, 가로줄 양말 등으로 ‘심통’을 다 드러내고 있다.

작가 강예신(45)이 이제껏과는 다른 분위기의 신작을 꺼내놨다. ‘레드룸’ 시리즈다. 심드렁한 캐릭터를 내세워 “할 말 다 하는” 적극적인 작품세계를 열었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감성·서정을 앞세워, 감추고 다듬어온 이야기를 해왔던 것과는 다른 스토리를 엮을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진 단연 ‘책장’ 시리즈였다. 나무틀을 짠 뒤 직접 제작한 책 수백권을 꽂아 그 조형미로 거대한 그림판을 만들었다. 섬세한 푸름으로 다시 없을 몽환적인 장면을 꾸려냈던 ‘숲’ 시리즈가 그 다음.

‘오우 갓! 너 어딨니’(Oh God! Where Are You·2021)는 그들을 넘어선, 작가가 숨겨둔 ‘스프링처럼 튀는 그림’의 탄생이랄까. 그 세상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면 하얀 토끼. ‘책장’에선 칸 몇 개를 턴 자리에 앉히고, ‘숲’에선 조용한 응시지로만 세워뒀던 토끼가 ‘레드룸’에선 소녀를 끌기도 말리기도 하는 적극적인 조연이 됐다.

9월 1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그린리(Greenly): 경험하지 못한 경험에 관하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45×38㎝.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

강예신 ‘그럴지도 모르지’(2021), 나무·종이·드로잉, 40×50×5㎝(사진=아뜰리에아키)
강예신 ‘푸름으로(Into the Green)-아이보리의 수상한 외출’(2021), 캔버스에 오일, 130×193cm(사진=아틀리에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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