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성 게이머 ‘혜지’라 부르는 기울어진 게임판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윤태진·김지윤|268쪽|몽스북
  • 등록 2023-03-15 오전 12:40:00

    수정 2023-03-15 오전 12:4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혜지야 오빠가 살살 해줄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라면 자주 접해봤을 말이다. ‘혜지’ ‘여왕벌’ ‘햄최몇?’은 모두 온라인 게임 공간에서 탄생한 신조어들이다. 2017년 무렵,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유저 사이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혜지’와 ‘여왕벌’은 남의 실력에 편승해 덕을 보는 여성 게이머를 비하하는 은어다. 성별과 관계없이 게임을 잘하지 못하면 그 게이머는 ‘여성’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성격의 여성 폄하다. ‘햄최몇?’은 ‘햄버거를 최대 몇 개까지 먹냐?’의 줄임말로, ‘게임을 잘하는 여성 게이머는 분명히 뚱뚱할 것’이라는 또 다른 성차별의 표현이다.

책은 온라인 게임 속 젠더 이슈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고찰한 연구서다. ‘여성을 위한 게임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게임 세계와 게임 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 구조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크게 세 종류다. ‘섹시한 보조’, ‘어리바리한 초보 게이머’, ‘게임 덕후인 척하는 거짓말쟁이’다. 출중한 실력을 보이는 여성 게이머는 일단 의심부터 받는다. 의혹을 벗은 다음에는 “여자치고 참 잘한다”는 모호한 칭찬을 듣는 식이다. 여성이 ‘진짜 게이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게임이 여성 캐릭터를 재현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여성 캐릭터들이 다리를 벌리거나 가슴을 난간에 걸친 채 죽는 게임 ‘서든어택 2’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게임 세계는 더이상 남성의 전유 공간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인구 중 게임을 하는 비율은 75.3%, 여성은 73.4%로 거의 차이가 없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비율은 오히려 여성이 앞선다.

저자들은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노인이든 즐거워야 한다. 즐겁자고 하는 게임이 분노와 모욕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 이 책이 하려는 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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