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비타민·루테인…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길 열릴까

규제심판부, 건기식 개인간 재판매 허용 검토중
“복약지도 필요 없어” vs “안전성 우려” 찬반 팽팽
지난달 온라인 토론에서는 상당수 반대의견 보여
“규제샌드박스로 시험 뒤 결정 바람직” 제안도
  • 등록 2023-09-07 오전 5:00:00

    수정 2023-09-07 오전 7:54:09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열이 많은 체질이라 홍삼을 먹지 않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선물받은 홍삼을 팔기 위해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올렸으나 경고를 받고 글도 삭제됐다. A씨는 홍삼·비타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개인간 재판매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A씨는 포장도 뜯지 않은 루테인 제품도 처분하지 못해 수개월째 보관만 하고 있는 중이다.

6일 유통업계·관가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최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재판매 규제개선’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및 건기식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규제심판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10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건기식 개인 재판매 온라인 토론에서 상당수가 반대 의견을 나타내자 숙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을 간단히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의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자주 섭취하는 홍삼·비타민·루테인·유산균 등이 대표적이며,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이어트 약품의 상당수도 이에 포함된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건기식을 판매하려면 영업소를 갖추고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또 한번 구매한 제품의 경우 개인 간 재판매를 할 수 없기에,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에서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물품을 올리는 건 불법이다. 위반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건기식이 온라인에서 누구라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카카오톡 기프트콘 등으로 편리하게 선물할 만큼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또 건기식 시장은 2019년 4조8000억원(건강기능식품협회 추산) 규모에서 2022년에는 6조1429억원으로 커졌다. 건기식이 식품처럼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등을 통한 개인간 재판매 요구도 커지고 있다.

개인간 재판매를 찬성하는 쪽은 건기식의 60% 이상 온라인 판매되고 개인간 선물이 일상화된 점, 의약품과 달리 복약지도가 필요 없다는 점을 꼽는다. 또 건기식 대부분 상온에서 저장·유통이 가능해 개인 거래시 변질 가능성이 낮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을 위장한 무신고 영업자들의 판매행위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고거래 카페에 올라온 건강기능식품(루테인) 판매글(사진 = 인터넷 캡쳐)


반면 주무부처인 식약처와 의약업계에서는 강력 반대한다. 개인간 거래시 안정성 및 기능성을 담보가 어렵고 거짓·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빈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건기식 판매업을 허가를 받는 사업자들은 지도점검 등을 받는데 개인은 불가하다. 또 모든 온라인 사이트를 점검해 확인하는 것도 행정력으로 불가하다”며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식품 안전에 매우 민감한 한국과 달리, 개인 구매의 자유와 이에 따른 각자의 책임에 더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건기식의 경우 판매업 인허가도 필요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범 허용한 뒤 규제 개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곽노성 연세대 객원교수는 “당근마켓 등 특정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개인간 재판매를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 형태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운용 주체가 불특정한 블로그나 SNS 등에서도 개인 재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현재 규제심판부 위원들이 숙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결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착륙 중 '펑'…무슨 일?
  • 꽃 같은 안무
  • 좀비라고?
  • 아스팔트서 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