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접대문화 바꾸다]①'익숙했던' 접대문화의 종말

  • 등록 2016-08-08 오전 6:00:00

    수정 2016-08-08 오전 10:24:22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대기업에서 대관업무를 하는 A부장은 최근 세종시 도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공무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참석자는 총 5명이었고 비용은 27만8000원이 들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정한 식사비용 한도(1인당 3만원 이하)를 한참 초과하는 값이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이 있는 음식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9월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접대문화를 180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지난 달 초 60년 만에 문을 닫은 서울 종로 한정식집 ‘유정’의 경우 점심메뉴가 3만5000원, 저녁메뉴가 5만5000원이었다. 앞으로 이런 부류의 음식점에는 공무원·교사·언론인 등 김영란법 대상자들의 발길이 뚝 끊길 것으로 보인다. 식사를 한 후 맥주를 한 잔 더 하러 2차를 가고, 그 자리에서 주말 골프 약속을 잡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비교적 저렴한 ‘맛집’에서 식사를 한 뒤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접대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영란법 대상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이같은 변화는 10조원 규모의 접대문화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를 계기로 김영란법 대상자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접대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과 성장률 둔화를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대변인실의 B과장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접대비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2차에서 양주를 접대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결국 양주 소비 자체가 줄었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대문화의 변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회가 투명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오히려 학연·지연·혈연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홍보실의 C부장은 “김영란법이 인연을 끊진 못하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되면 별다른 연줄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접대의 특성상 김영란법 준수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접대비 상한을 50만원으로 제한했던 때처럼 쪼개기 결제 등 갖은 편법이 난무하면서 김영란법 역시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부정청탁이 아닌 정상적인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해 로비스트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김영란법 하에서의 접대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농축산업계나 요식업계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 법인 만큼 결국엔 접대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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