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와 훈육은 구분돼야 한다[생생확대경]

  • 등록 2023-08-21 오전 6:00:00

    수정 2023-08-21 오전 11:10:01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생 지도를 전혀 할 수 없다. 인성 교육이 우선인데 현실에선 수업도, 교육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4일부터 개설한 교권 침해 제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교사의 토로다. 해당 교사는 지금의 학교 현장을 “옳고 그름이 없는 곳”이라며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의 지적 성장을 포함해 신체적·정서적·사회성의 발달을 도모하는 전인교육의 장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아동학대처벌법 등으로 교사의 손발을 묶으면서 전인교육의 토대가 돼야 할 생활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서이초 교사 사건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터진 서울 양천구 초등교사 폭행 사건이 이런 교단의 현실을 보여준다.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자신의 담임교사 B씨의 얼굴 등을 수십 차례 가격하고 바닥이 넘어뜨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결국 해당 학생에게는 전학 처분이 내려졌지만,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제자에게 폭행당한 교사는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담임교사 B씨는 사건 이후 “그저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을 1순위 요구사항으로 드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서울교사노조의 설문조사에선 초중고 교사 61%가 아동학대법 개정을 원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는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문제는 학대가 아니라 훈육인데도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학교 현장을 ‘옳고 그름이 없는 곳’이라고 지적한 어느 교사의 외침은 훈육이 학대로 공격받는 지금의 학교 현장을 비판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교사에게 허용되는 훈육·훈계의 범위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해당 고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교사는 이에 불응하는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심각한 수업 방해 행위로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이지만 지금까진 이런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고시대로만 지도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수사·조사기관인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이런 고시 내용을 알려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교육부 고시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해당 고시에선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등의 위급한 순간엔 ‘물리적 제지’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런 장치가 작동할지 미지수다. 상위 법률인 초중등교육법은 ‘도구·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금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고시도 법령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 국회도 아동학대법·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학생인권 쪽으로 기울어진 교육현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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