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에 담긴 감자와 양파, 보자기까지. 그림인 듯하면서도 사진처럼 보인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 돌멩이의 거친 질감과 시들어가는 가지의 이파리까지 세세하게 담았다. 이달 말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복합문화예술공간 파티클에 열리는 김수강 작가의 사진전 ‘겹, 겹’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흔히 관람객들은 사진을 관람할 때 ‘저 보자기 사진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보는 경향이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먼저 눈으로 사진을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작가마다 표현 방법이 다른데, 김 작가는 사물을 바라보는 도구로 카메라를 쓰기 때문이다. 최근 파티클에서 만난 김 작가는 “나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작품을 스토리로 연결하기보다 각자의 다른 시선으로 관람하는 게 좋다”며 “작가의 특성을 이해하고 전시를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보이는 게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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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주제는 ‘겹, 겹’이다. 40여 점의 작품과 신작 1점을 전시 중이다. 책, 그릇 등 지극히 일상적인 정물들을 검 프린트 기법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일상에서 우리와 늘 함께하는 사물들을 소재로 작업 활동을 해왔다. 책이나 접시와 같은 정물을 비롯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들어가는 과일, 곡물 등을 작품에 담았다.
김 작가는 “작품 하나를 작업하는 데에만 최소 2주가 걸린다”면서도 “시간이 길고, 천천히 깊이 작업할수록 오히려 단단하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사물을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들려면 최근의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정교한 표면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데에 있다.
처음부터 이 같은 작업 방식을 고수했던 건 아니다. 유학 시절 대학교에서 19세기 프린트에 관한 수업을 들으면서 시도해봤던 작업에 이끌려 지금까지 오게 됐단다. 김 작가는 “색깔과 질감을 조절할 수 있는게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삶의 은유가 담기는 것 같더라”며 “잘 다듬고 자꾸 쳐다보고 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의 사물은 ‘숭고’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금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을 왜 계속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에게는 빨리 작업을 마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통과하는 게 중요해요. 작업을 끝냈을 땐 마치 운동하고 나서 산뜻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뿌듯한 느낌이 들어요.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워놓은 건 없지만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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