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트럼프의 '美연준 장악' 시도는 왜 무산됐나

각종 의혹에…케인 자진사퇴 이후 열흘 만에 무어도 낙마
여당인 공화 내 '우려' 탓…최근 백악관도 입장변화 감지
눈엣가시 파월 그대로 놔둘까…트럼프 '후보' 선택 주목
  • 등록 2019-05-03 오전 4:56:27

    수정 2019-05-03 오전 4:57:44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지목됐던 ‘트럼프의 예스맨’ 스티븐 무어(사진 위)가 2일(현지시간) 낙마했다. 또 다른 예스맨이었던 허먼 케인이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성 추문 등에 따른 논란으로 중도 하차한 지 열흘 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의혹 탓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불가’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에 ‘내 사람’을 심어 통화정책을 주무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아래) 대통령의 계획은 일단 무산된 셈이다.

무어 “무자비한 공격 힘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경제학자이자 진정으로 좋은 인물인 무어가 연준 이사 후보지명 절차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무어의 하차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무어는 모든 미국인을 위해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도모한 세금감면과 규제 완화를 포함한 아이디어 싸움에서 이겼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래리 커들로 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함께 세재 개편안 구상 등에 참여한 점을 부각, 마지막으로 덕담을 건넨 것으로 읽힌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무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내 인격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나와 가족이 수긍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3개월 이상 더 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후보직 사퇴의 변을 밝혔다.

사실 무어의 낙마는 예견됐었다. ‘의혹 백화점’일 정도로 자고 나면 새 의혹이 불거졌던 탓이다. 세금 체납 및 이혼 후 양육비 미지급 의혹에 이어 최근 들어선 여성 및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2003년 보수성향의 잡지 ‘내셔널 리뷰’ 기고문에서 무어는 미국 대학농구(NCAA)에서 여성 심판, 여성 아나운서, 여성 맥주 판매원 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2014년 8월엔 하트랜드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선 미국 중서부의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겨드랑이(armpits of America) 같은 지역인 신시내티나 클리블랜드에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불쾌하고 더러움을 의미하는 ‘겨드랑이(armpits)’는 지역에 빗대 쓰는 최악의 비하 단어 중 하나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쏟아졌던 배경이다. 상원 은행위원회소속 수잔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까지 “청문회에 앞서 그동안의 의혹들을 차분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지명자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사진=AFP
◇‘눈엣가시’ 파월…트럼프 선택은

최근 들어 백악관의 분위기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줄곧 “우리는 여전히 무어를 지지하고 있다”(커들로 위원장)던 백악관은 지난달 29일부터 “무어의 과거 여성 차별적 발언과 특정 지역 폄하 발언을 한 데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있으면 알려줄 것”(세라 허커비 대변인)이라고 뉘앙스가 달라졌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은 무어의 낙마 직후 “그의 지명은 문제가 있었던 만큼, 지명 철회는 잘 된 것”이라고 안도했다.

일단 두 사람의 낙마는 연준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연준 안팎에선 트럼프 예스맨들의 낙하산을 두고 “연준 정치화의 시작”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기 때문이다. 무어는 지명 당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억압적인 세제로부터 미국 경제엔진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헌신에 봉사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통상 연준 고위직 내정자의 소감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적’ 소감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케인과 무어 모두 그 자리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며 “상원의원들이 할 일을 하길 바란다”고 낙마를 독려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연준 이사진 7명 중 공석인 2명에 대해 다시 후보 지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눈엣가시’다. 파월 의장은 전날(1일)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어느 방향이든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하는 강한 근거를 보지 못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일축했다. 더 나아가 “우리(연준)는 정치적 요인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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