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남아로 번진 신흥국 경제위기, 강 건너 불 아니다

  • 등록 2022-08-04 오전 5:01:00

    수정 2022-08-04 오전 5:01:00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권에서 시작된 신흥국 경제위기가 점차 동남아 국가들로 번지고있다. 외신에 따르면 외환 부족에 시달려온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45억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을 요청했다. 방글라데시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의류 산업을 앞세워 연평균 7∼8%대의 고성장을 누리며 동남아권에서 경제가 탄탄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인플레와 미국 달러화 초강세에 따른 자국 통화가치 하락 및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는 방글라데시 뿐만이 아니다. 스리랑카가 지난 5월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했으며 라오스는 국가부채가 급증해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됐다. 파키스탄은 인플레가 심해지고 외환보유액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몰디브도 관광 수입이 줄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많은 개도국들이 자본 유출을 겪고 있으며 이들 중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추가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 신흥국에 화를 부른 원인이다. 미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에 나서자 달러값이 치솟아 기초체력이 허약한 일부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3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동안 신흥국 주식,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380억달러(49조 66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5개월 연속 유출은 IIF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저금리 시절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 시장에 들어왔던 외국 자본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미 연준보다 7개월 앞서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처로 자본 유출이 경제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원을 넘고 무역수지가 넉달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위기 경보음이다. 정부와 한은, 정치권 모두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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