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는 기업의 경영전략 중 하나지만 최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다보니 하나의 ‘꼼수’처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소비자들의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연일 유통업계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브라질 정부는 작년부터 제품 용량에 변화가 있을 때 해당 기업이 변경 전과 후의 용량, 변경 수치와 비율을 6개월 이상 포장에 표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프랑스도 기업이 제품 용량을 줄일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카르푸는 지난 9월 가격 인하 없이 용량이 작아진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등 식품 제조사가 아닌 판매점도 적극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법을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의식한 듯 극도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제품가격 인상방침을 결정했던 다수의 식품회사가 언론보도가 나온 후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가 품목별로 담당직원을 두면서 물가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정부에 밉보이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자조섞인 만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물가상승 억제정책이 단순히 유통업계를 찍어누르는 듯한 행태여서는 안된다. 정부가 원자재가 인상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일각의 지적처럼 정부의 최근 모습이 내년 4월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정부의 모습이 여당에 유리한 선거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물가정책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안정이라는 목적에만 부합해야 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는 상황마저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