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의 굴욕’..엔저에 눈물짓는 어민들

엔저현상에 수출물량 국내로 돌려
공급초과로 수산물 가격 ‘뚝’
  • 등록 2013-03-27 오전 6:00:00

    수정 2013-03-27 오전 10:04:48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장일호(68)씨는 주말을 맞아 놀러오는 손주들을 위해 횟감을 사러 갔다가 전복을 한 아름 사서 돌아왔다. 장씨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갔더니 완도산 전복을 지난해 반값 수준에 팔더라”면서 “어른 주먹만 한 전복 10미를 5만원에 사서 손주들과 푸짐하게 먹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에 따른 국내 어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수산물들의 일본 판로가 막히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재고가 갈수록 누적되고 있기 때문.

활전복(제공: 홈플러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복을 비롯해 각종 조개와 굴, 삼치, 광어 등의 수산물들이 일본 수출 물량 감소로 국내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산지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산지 시세 기준으로 최근 굴 가격은 1kg 당 2500원으로 지난해(4500원)에 비해 44.4% 급락했다. 키조개(생물, 1kg)는 1000원으로 33.3% 하락했고 광어(활어, 1.3kg 이상)는 14.7% 떨어졌다. 피조개는 원물 가격이 최하 목표 단가인 3000원(1kg)을 지키지 못하고 2000~2500원(1kg) 선으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렇자 차라리 “1년을 더 키우겠다”며 어획 자체를 중단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생산량의 90%를 일본에 수출했던 피조개 어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양식 기술 발달로 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엔저에 일본 내 소비는 둔화하고 극심한 내수 불경기까지 닥치면서 재고량이 40%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엔저 현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어민들의 수산물들을 대량 직매입해 할인행사에 나섰다. 국내 어민들의 재고 부담을 덜고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제철을 맞은 키조개살 10만 마리를 여수 산지로부터 대량 사들여 평소(마리당 2180원)보다 30% 가량 저렴한 5980원(관자, 4마리)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주일간 ‘반값 전복’ 행사를 기획했다. 전국 134개 점포에서 전남 완도군의 활(活)전복 10톤 분량을 반값에 판매한다. 정상가 5000원(마리당 약 58g)인 완도산 전복을 두 마리 이상 구매하며 한 마리에 2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도 이달 말까지 굴 20톤을 준비해 시세대비 29% 가량 저렴한 봉지(135g)당 1500원에 판매한다. 또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는 ‘키조개’ 10만 마리를 시세보다 32% 가량 저렴한 마리당 1500원에 선보인다.

조수복 완도군 보길면 어촌계 조합원은 “양식 시설 증가로 전복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수출도 줄고 국내 소비도 줄어 전복 유통이 거의 멈추다시피 해 어민들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대형마트를 통한 국내 판로 개척이라도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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