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 靑 서랍안에 잠든 ‘포괄임금제’ 규제안

밤 11시까지 일해도 밥값 1만원
'포괄임금제도' 악용해 현장에서는 무제한 야근 지시
수당 안주려 출·퇴근기록 조작도
"입법으로 포괄임금제 금지해야"
  • 등록 2020-12-20 오전 12:05:39

    수정 2020-12-20 오전 12:05:39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도록 하는 포괄임금제가 정작 현장에서는 ‘공짜 야근’을 강요하는 등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노진환 기자)


“공짜야근 강요…‘갑질’ 전락한 포괄임금제”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수당 등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기본급 외 수당을 노동시간에 상관없이 정액으로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현장에서 노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 힘든 운수노동자·경비원 등에게 적용하다가 현재는 사무직·서비스업, 게임·IT(정보기술)업계 등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업무시간이 늘어도 임금이 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공짜 노동’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받은 제보 65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해야 ‘1일 1만원’을 야근수당으로 지급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오후 9시 전에 퇴근하면 야근수당이 없고 오후 11시까지 일해도 똑같이 1만원을 받고 있다. 어떤 달에는 총 근로시간이 300시간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를 빌미로 ‘야근’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았고, 특히 사무직 등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등 근로계약서 작성에서부터 갑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추가 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출퇴근 기록을 조작한 업장도 있다.

직장인 C씨는 “업무상 오전 6시 출근을 해도 ‘포괄임금제’라며 일찍 출근한 만큼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해 출근을 7시에 해도 출근 지문 기록은 8시 30분에 한다. 퇴근시간도 포괄임금제에 위반되지 않도록 18시에 퇴근기록 등록 후 업무 연장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추후에라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울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를 활용할 수 없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추후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교통카드 기록 등 노동시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文정부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서랍 안에서 잠들었다”

지난달 5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아직도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전태일’이 있다”고 포괄임금제의 금지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류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류 의원은 “2016년 게임업체 넷마블의 20대 게임개발자는 주당 78시간~89시간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했다”며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과도한 업무, 잦은 야간노동 등으로 근로자들이 사망했는데 이는 모두 포괄임금제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을 내세웠지만 해당 공약은 청와대 서랍 안에서 잠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과제로 포괄임금제 규제를 제시했지만 초안만 내놓은 채 실질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류 의원은 “노동부는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초안을 마련했지만 ‘실태조사 중’이라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포괄임금제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20대 국회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다.

류 의원은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포괄임금제가 무효로 될 경우 기본급 산정에서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원칙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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