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규제혁신…페이코인 사태가 부른 '정책 불신'

정부 ‘혁신 친화적 규제’ 언급 이틀 만에 불수리 결정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고작 두달 기한…형평성 논란
심사엔 1년4개월 걸려…''그림자 규제‘ 지적
  • 등록 2023-01-12 오전 5:42:03

    수정 2023-01-12 오전 5:42:0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결제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인 가운데 금융당국의 조치가 윤석열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주어진 시간이 다른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비해 짧았고, 심사기간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서비스 종료를 막기 위해 실명확인계좌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당초 페이프로토콜은 2021년 9월 금융당국에 지갑사업자로 신고했으나 금융당국은 당시 사업 구조상 페이코인을 결제로 받아주고 있던 다날과 페이코인의 정산을 담당하는 다날핀테크에도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페이프로토콜은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도록 사업구조를 변경한 후 작년 5월 다시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페이프로토콜이 변경한 사업구조를 검토한 금융당국은 작년 10월에 은행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추가로 요청했다.

문제는 발급 시한을 작년 연말까지로 못박았다는 점이다. 페이코인에 주어진 시간은 두달여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줬던 것에 비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페이코인은 실명확인계좌 확보에 실패했고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에서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두 달 안에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은행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여러가지 부분을 검증해야 하고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 안팎에선 1년 6개월이 주어져도 걸려도 발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달은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거래소 중에서도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정도만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지나치게 길었던 심사 기간도 형평성 논란을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공개한 VASP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신고 접수에서 수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3개월이다. 신고서 등 문서 보완 기간 추가 시 3개월까지 더해도 통상 6개월이면 심사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페이코인은 불수리되기까지 1년 4개월 가량 걸렸다. 조건부 수리 후로 계산해도 9개월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간에 페이코인은 가맹영업, 신규 서비스, 고객 유치 등과 같은 영업활동을 제한당했다”며 “장기간 사업을 묶어 사장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분석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구나 VASP 불수리 통보를 받은 시점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혁신 친화적 규제 설계에 나서겠다고 밝힌 직후라는 점에서 정책에 반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기술혁신 속도는 빠르나, 규제가 산업,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자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신규술 분야 규제와 갈등사례를 점검하고 다부처 규제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혁신 친화적 규제를 언급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블록체인 신기술 중 하나인 페이코인이 서비스 종료 선고를 받은 셈”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와 다수 여당 의원실에서도 혁신서비스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소통 없이 처리해 유감”이라며 “사실상 관치금융이 팽배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바로잡아야만 시장 혼란과 업계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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