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건조한 날씨와 석유 의존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기후테크에 중동의 막대한 자금이 풀리고 있다. 특히 중동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례도 포착되고 있어 국내 자본시장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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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퓨어 하베스트(Pure Harvest)’라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듣는다. 스마트팜 온실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해 유통하는 퓨어 하베스트는 지난 2020년 아부다비투자진흥청의 혁신 프로그램에 참여, 환경제어식농업(CEA·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온, 습도 등 조작하는 방식) 기술을 선보이며 UAE 정부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UAE 정부는 해당 기술이 식량안보와 수자원 보존,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사막 날씨에서도 스마트팜이 견딜 수 있다. 적절한 기후제어 시스템이 없으면 내부가 녹아내리는 탓에 건설과 기후기술 혁신에 중점을 두고 지었다.
이데일리가 UAE 수도 아부다비 현지에서 만난 스카이 쿠어츠 퓨어 하베스트 대표는 “중동의 혹독한 기후 탓에 현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이 없어 80% 이상을 항공 운송으로 공급하는데, 이로 인해 과일이나 채소값이 다른 나라보다 2배, 심하면 4배까지 비싸다”며 “공급망을 개선하고 혁신 기술을 도입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스마트팜을 짓게 됐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비결에 대해 “사막에서 식량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기술을 활용해 중동 소비재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최근 IMM인베의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인 국내 애그테크 스타트업 플랜티팜과 공동으로 UAE 알 아인 지역에 시설을 짓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곳에 플랜티팜이 보유한 수직농업 기술과 퓨어 하베스트의 온실 스마트팜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육묘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곧 쿠웨이트에서도 같은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사막에 연어와 새우 양식장…‘오션 하베스트·AD수산’
이데일리가 중동 현지 투자사로부터 입수한 오션 하베스트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조달 자금을 기반으로 5년 내에 UAE 북부 라스 알 카이마에서 10만㎡(약 3만250평) 규모의 RAS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와드 자밀 오션 하베스트 대표는 “UAE 이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가로 진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까지도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데일리에 귀띔했다.
사우디 현지에서 활약 중인 국내 기업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친환경 새우 양식 기술을 보유한 ‘AD수산’이 주인공이다. 회사는 양식장 수조에 자정 기능을 갖춘 바다 생태계를 재현한 기술을 보유한다. 화학물질이나 항생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물 사용을 최소화한다. 수조 내 수질과 새우의 성장은 스마트 아쿠아팜 관리 운영 플랫폼 AD 아이즈(eyes)로 수집한 데이터로 모니터링한다. AD수산은 2022년 사우디 스마트 아쿠아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사우디에서 프로젝트를 완공하고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현지 파트너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자본은 풍부하지만, 자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을 직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관련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당분간 중동에서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 열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