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향한 끝없는 노력, 영웅은 그렇게 만들어져"

['하데스타운' 극작·작사·작곡 아나이스 미첼]
자본가 하데스, 노동자 오르페우스…
신화 속 영웅, 자본주의 계급 사회 재해석
美 브로드웨이 외 첫 라이선스 공연
"국경 넘어 마음 움직이는 게 음악의 힘"
  • 등록 2021-10-28 오전 5:45:00

    수정 2021-10-28 오전 5:4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웅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9일부터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 속 영웅에 대한 색다른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기 위한 노동자 계급으로 묘사되고, 에우리디케를 사로잡은 지옥의 신 하데스는 사랑을 갈구하는 자본가로 그려지는 것이 그렇다. 영웅의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이 작품은 포크, 록, 재즈 등 다채로운 음악을 더해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작가·작곡가·작사가 아나이스 미첼(사진=Shervin Lainez, 에스앤코)
이토록 참신한 발상은 ‘하데스타운’의 극작·작사·작곡을 맡은 아나이스 미첼에게서 나왔다. 미첼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의 주인공인) 오르페우스가 오늘날까지 영웅이라는 점이 참 흥미롭다”며 “그 이유가 오르페우스가 미션(뒤로 돌아보지 않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션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을 향한 노력이 소용없는 일처럼 느껴지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데스타운’은 미첼이 자신의 고향인 미국 버몬트 주에서 2006년 처음 선보인 공연이 바탕이 됐다. 미첼은 이 공연을 바탕으로 2010년 아니 디프랑코, 밴드 본 이베어의 저스틴 버논 등 동료 가수들과 함께 동명의 앨범을 발표했다. 2012년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을 만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선보였고,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초연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작품은 그리스 신화를 자본주의적인 계급사회로 해석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미첼은 “그리스 신화에서 하데스는 종종 ‘부유한 자’로 불리고, 지하세계 또한 죽음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금이나 은처럼 땅에서 채굴해야 하는 화석연료를 연상시킨다”며 “반면, 페르세포네는 땅·자연·계절 등 지구를 상징한다. 이 두 신들의 결혼 생활은 결국 산업과 자연의 불안한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하데스타운’이 브로드웨이에서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여성 창작자들의 활약이다. 미첼과 챠브킨 모두 여성이고, 등장인물인 에우리디케, 페르세포네를 그리스 신화보다 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묘사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미첼은 “‘하데스타운’을 통해 영향력 있는 여성들과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그리스 신화에서 에우리디케와 페르소포네는 피해자 같은 인물로 등장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주체적일 때 이야기가 더 풍부해진다는 생각으로 두 캐릭터를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강인한 여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지난달 9일 개막 이후 관객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26일 기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뮤지컬 월간 예매랭킹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첼은 “‘하데스타운’의 첫 해외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라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고, 이것이야말로 국경(장벽)을 넘어 어디서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의 힘, 오르페우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한국에 방문해 한국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하데스타운’은 내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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