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오락가락 경유세, '경제 컨트롤타워' 누구인가

"8월 검토"→"인상 없다"→"하반기 논의"
경유세 놓고 '조세정책 로드맵' 오락가락
기재부·국정기획위 협의 없이 '일방 발표'
경유세 불확실성↑, "부총리 중심 경제" 흔들
  • 등록 2017-07-04 오전 5:31:36

    수정 2017-07-04 오전 8:57:33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유세 관련 조세정책이 지난 한 달간 오락가락했다. 이때마다 정유·자동차·운송 등 관련 업계를 비롯해 862만대(2015년 기준) 경유차 운전자들은 술렁였다. “뉴스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누가 어떻게 이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핵심 관계자들은 입을 닫고 있다. 여전히 미스터리다.

“8월 검토”→“경유세 인상 없다”→“하반기 논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경제정책 관련해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부총리 중심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부총리는 15일 취임식에서 “새 정부 경제 부처는 한 팀으로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찬찬히 되짚어봤다.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 중에서 경유세 정책을 처음으로 언급한 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5일 공개된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8월에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입장이 다시 바뀌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조세재정특위)를 신설해 하반기부터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통화에서 “(에너지세제 개편은) 휘발유, 경유 등의 요금 체계를 어떻게 할지를 합리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8월 검토”→“개편·인상 없다”→“하반기 논의”로 경유세 관련 입장이 달라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재부는 이렇게 달라진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분명히 확인된 팩트 세 가지가 있다.

기재부·국정기획위 협의 없이 ‘일방 발표’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붙은 유류세가 각각 60%, 52%에 달한다.[6월 넷째주 기준, 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첫째, 지난달 26일 기재부 발표는 부처 협의조차 없이 발표된 것이었다. 기재부 A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관계부처와) 협의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며 “아침에 (경유세 관련 기사가) 신문에 났기 때문에 부랴부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유세 인상을 검토해오던 환경부의 고위관계자는 “기재부가 갑자기 (경유세 논의를) 없던 일로 하자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째,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은 기재부와 조율 없이 발표된 것이었다. 한 국정기획위(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29일 발표는 기재부와) 서로 조율이 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도 “국정기획위 발표는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셋째, 향후 경유세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조율된 의견이 없다는 점이다. 기재부 B 고위관계자는 향후 경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5년 이내에 어떤 게 이슈가 될지 안 될지 모른다”며 “경유에 대해 일체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유세를 논의하는 조세재정 특위가 언제까지 운영될지, 누가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7일 청문회에서 “경제정책 관련해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부총리 중심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유세 논란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총리가 사실상 배제됐다. 국정기획위와 기재부가 조율조차 없었던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4일 발표된다. 하반기부터 경유세 관련해 본격적인 의견 수렴이 진행된다. 지난달 경유세 논란이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기의 해프닝이었는지,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에너지·조세 전문가가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는지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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