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로 성장.
SK케미칼(285130)이 레드오션에서 차별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사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를 아이디어 하나로 실적 반전에 성공한 결과다.
엠빅스는 SK케미칼이 두 번째 개발한 신약이다. 시판 허가를 받은 2007년 전체 국산 신약 기준으로는 열세 번째, 발기부전치료제로는 동아제약 ‘자이데나’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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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존재해 대부분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였다.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릴리의 ‘시알리스’가 전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으니,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도 화이자는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치료제로 이름을 날렸고, 시알리스는 오랜 지속 시간을 차별성으로 내세워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여기에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1위 자이데나도 저렴한 판매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실적이 방증했다. 시판에 들어간 2007년부터 2010년 4년간 엠빅스의 매출액은 연 30억원 수준에서 머물렀다. 약효는 뛰어났다. 주성분인 미로데나필은 발기부전치료제 약효를 평가하는 국제발기력지수 측정에서 발기능력(EF) 30점 만점에 25.6점을 받았다.
또 다른 평가기준인 ‘종합적 유효성 평가지수(GAQ)’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복용자의 89%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엠빅스 연구진이 돌파구로 발상의 전환을 택한 배경이다. GAQ는 12주 동안 치료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최근 4주간의 치료가 발기능력을 개선했는지 여부를 본다.
엠빅스 연구진은 성능을 넘어 소비자의 편의성에 주목했다. 수많은 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복용 방식을 개선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발기부전치료제라는 특이성에 주목한 결과 ‘녹여서 복용하는 발기부전치료제’라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용도와 사용 상황의 특성상 본인 외 다른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복용하려는 성향이 큰 의약품이다. 치료제 복용자 중 다수가 알약을 한 알씩 몰래 지니고 다닌다는 연구조사도 이를 입증했다.
그러나 상용화도 쉽지 않았다. 필름형 의약품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해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다. 엠빅스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외 의약품 장비 업체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결국 문제를 풀어냈다.
이 같은 지난한 과정을 통해 2011년 12월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를 세상에 내놨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간편히 복용할 수 있고, 낱장 형태로 포장돼 보관이 편하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엠빅스S는 출시 보름 만에 매출액 10억원, 50일 만에 3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신제품 시너지를 타고 엠빅스 전체 제품군의 매출액은 2012년 84억원, 2013년 90억원, 2014년 101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2년 5월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 제네릭 의약품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던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성적이었다.
국내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엠빅스S의 입지는 지금까지도 굳건하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는 30종에 달하지만, 관련 시장에서 엠빅스S의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최 팀장은 “엠빅스S 이후 필름형 제품 다수가 출시됐고, 화이자가 국내 제약사와 제휴를 통해 ‘비아그라L’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며 “하지만 엠빅스S도 지속적인 제형 개발 노력으로 더 작고, 저 빨리 녹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