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떠나는 급식업체…"임대료·세금 내면 남는게 없다"

[천원 아침밥의 그늘]②잠재고객 확보·트렌드 파악 위해 임대료 감내했지만
업계, 고물가 겹치자 19년 대비 학식 사업장 47% 줄여
학식 빠지니 휴게음식점·자동판매기 채우는 대학교
"학생 수 줄고 등록금 동결…학식 위탁운영 과세" 토로
  • 등록 2023-04-10 오전 5:15:00

    수정 2023-04-10 오전 5:15: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라 전국 대학교가 올해 3월부터 전면 대면 강의에 돌입했지만 팬데믹 기간 떠났던 단체급식(학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당정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학식의 취약한 수익구조 탓에 고물가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며 대부분 급식업체들이 사실상 학식에서 손을 떼는 실정이다.

당정은 9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급식업체들은 팬데믹 기간 전국 대학교 곳곳 운영을 중단했던 학식 사업장 수를 다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급식업체 B사와 C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학식 사업장 수가 각각 26%, 47% 줄었다. C사 관계자는 “당분간 대학교 신규 수주는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가성비 갑’ 학식이 몰락한 이유

학식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업계는 젊은 대학생을 상대로 ‘잠재고객 확보 및 빠른 트렌드 파악’ 등을 목적으로 학식을 주요 사업으로 꼽아왔다.

다만 최근 고물가가 학식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팬데믹 이전에도 구내급식(기업 단체급식) 대비 30~50% 낮은 식대와 높은 임대료로 학식의 수익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여기에 최근 고물가로 인한 식자재 등 원부자재 부담이 빠르게 커지면서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임대료는 월 고정임대료 방식과 매출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비고정임대료(수수료) 방식을 혼용하는 곳들이 많았다. 여기에 관리비와 전기·가스·수도료 등 공과금 등도 급식업체가 내야 한다. 일부 대학교가 최근 2년 사이 낸 입찰 공고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자율적으로 액수 또는 비율을 적어내는 방식이었으나 하한선으로 월 200만~300만원 또는 월 순매출의 5%를 정한 곳도 있었다. 입찰 시 하한선 이상 얼마까지 적어내느냐가 주요 선정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급식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 구내급식은 모두 임대료를 내지 않고 일부 관리·운영비까지 지원받아도 영업이익률이 3% 안팎에 그친다”며 “반대로 얘기하면 학식은 임대료와 관리·운영비 부담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바로 적자가 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수익을 내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인데 고물가 상황까지 겹치니 학식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식 사업을 해 봤자 결국 임대료 등을 통해 비용만 떠안는 일만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사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학식 식단가 중 임대료 비중은 평균 10% 수준이었다. B사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임대료 등 고정비 비중이 13%를 넘어서면 한계치로 보고 있는데 이미 이를 넘어선 학식 사업장이 이미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 수도권의 한 국립대의 학식 운영 현황을 살펴 보니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2021년의 경우 총 매출액 중 식재료 등 원가 비중이 53.7%, 인건비가 57.9%로 이미 원가와 인건비만으로 적자 상황이었는데 운영비 16.6%까지 부담하면서 30%에 육박하는 영업손실률을 기록한 상태였다.

“法부터 학식 수익사업으로 봐”

대학교 입장에서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군소 대학교는 날로 줄어드는 대학생 수에 등록금 동결까지 이어지며 재정 상황이 악화해 쉽사리 임대료 감면을 결정하지 못하는 처지다. 급식업체들이 학식에서 속속 손을 떼고 나서니 일부 군소 대학교는 학식 입찰이 수차례 유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예 간편식 등을 파는 휴게음식점으로 변경 입찰하거나 밀키트 등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는 등 궁여지책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대학교는 현행법 자체가 학식 위탁 운영을 수익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현행법상 대학교가 직접 학식 등 후생복지시설을 운영하면 ‘학술목적의 고유목적시설’로 봐 법인·부가가치·지방세 등이 비과세로 처리되지만 외부업체에 맡기면 수익사업으로 판단해 과세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 7일 오전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이미 2016년부터 교육부에 세제 개선에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진행은 더디다.

대교협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없는 군소 대학교들 입장에서 학식 위탁 운영에 따른 세금을 교비로 부담할 수 없어 부득이 임대료를 받아야만 하는데 이를 수익을 위한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군소 대학교들의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교육부 역시 학식 위탁 운영에 대한 비과세 논의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령 간 충돌 때문에 개정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 대학설립운영 규정상 ‘교사시설’을 고유목적시설로 명시하고 있는데, ‘교사시설’에 위탁 운영되는 학식 등 후생복지시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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