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대입개편 ‘느슨한 변별력’이 지향점

  • 등록 2023-11-06 오전 6:00:00

    수정 2023-11-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입시 문제는 잘못 꺼내는 순간 교육부가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6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대입제도는 모든 교육 이슈를 잠식할 만큼 폭발력을 가진다.

교육부가 최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한 이후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국어·수학·탐구의 선택과목을 모두 없애고 고교 내신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대신 현행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진보 진영에선 수능·내신 모두 상대평가를 유지하겠다는 방안에 반발한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출혈 경쟁을 막으려면 모두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보수진영이나 학계에선 변별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공통과목 위주로 수능이 출제되면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얼마 전 대한수학회는 “이과계열 대학 교육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미적분Ⅱ·기하를 공부해야 하는데 수능에서 이를 제외하면 학습 역량이 저하될 것이란 게 요지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검토 사안으로 제시한 ‘심화 수학’은 수능 과목으로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사실 편의주의적 발상도 엿보인다. 국내 상위권 대학이 누리는 소위 ‘대학 간판’ 효과는 상당 부분 선발 경쟁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교육의 질로써 경쟁하기보다는 우수 학생 선점 효과 덕분에 브랜드 가치를 누리는 면이 있다는 얘기다.

상위권 대학은 교육부가 표준화된 대입 시험을 통해 전체 학생을 일일이 줄 세워 주길 바란다. 수능보다는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큰 수시전형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통해 조금이라도 성적 높은 학생을 변별하고 있다. 고교별 학력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칫 학생을 잘못 뽑을까 싶어 수능 성적으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대입 시험을 통해 고교졸업과 대입 자격만을 평가한다. 나머지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미국 역시 표준화된 대입 시험(SAT·ACT)을 운영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대입 자격을 확인하는 평가로 활용된다. 대입 시험 외에도 대학별 고사, 면접, 에세이, 내신, 추천서 등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리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 역시 차후에는 고졸·대입 자격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바꿔야 한다. 나머지는 대학이 학생 개개인을 평가해 변별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대신 고교과정을 벗어난 구술면접 등으로 인한 사교육 조장 행위만 ‘핀셋’으로 제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관련 신고센터를 상시화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면 이는 가려낼 수 있는 문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려면 ‘논·서술형 수능’ 도입도 필요하다. 일본도 우리 수능과 같은 선다형 대입 시험을 운영하다가 2020년부터 이를 폐지하고 서술형 문항이 포함된 대입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고력을 측정하려면 선다형 시험보다는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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