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는 누구?…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핵심`

사건 알선하는 법조브로커 서민 주머니 노리고 활개
전관변호사와 정·재계 인사 검찰수사 단계서부터 영향 행사
로비, 사적만남 구분 어렵고 재량권내 판결 문제삼기 힘들어
  • 등록 2016-05-02 오전 5:30:00

    수정 2016-05-02 오전 7:02:26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남편이 주취 폭력으로 구속 됐는데, 변호사 수임료로 5000만원만 내면 바로 풀려나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형이 선고돼서 따졌더니 그나마 전관 변호사가 변호를 해서 형량이 줄어든거라고 오히려 큰소리 치더군요.”(법조 브로커 피해자 A씨)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사건으로 법조비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법조브로커와 전관예우 문제가 한데 뒤엉켜 현직 판사와 검사의 실명이 오르내리는 등 법조게이트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법조브로커는 ‘유령’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망을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법조브로커가 내미는 손을 잡는다. 하지만 법조브로커들의 서식지이자 존재 이유인 검찰과 법원은 그들이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법조 브로커는 법 지식이 부족한 서민들을 등치는 사기꾼에 가까운 ‘호객형’부터, 실제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거물급까지 다양하다.

법조브로커. 판·검사 출신 변호사 ‘핵심’

호객형 브로커는 주로 서민들을 상대한다. 친인척 중 잘못을 저질러 구속돼 경황이 없는 사람들이 이들의 주 타깃이다. 호객꾼 브로커들은 “내가 아는 변호사가 판·검사와 친분이 두터워 사건을 맡기면 금방 풀려날 수 있다”는 등의 말로 피의자 가족들을 현혹한다.

재판 결과는 상관없다. 가족들한테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불리한 판결이 나왔어도 “그나마 이 변호사한테 사건을 맡겨 선처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조브로커의 일반적 모습은 사건을 물어다 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중개인들”이라며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변호사 능력을 과장하거나 부풀려 수임료를 높이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짜 법조브로커는 현직 판검사들과 친분을 바탕으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검찰과 법원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퇴직한 전관 변호사를 비롯해 경제계와 정계에서 활동하는 사업가, 정치인 등 우리 사회의 명망가들이다.

이들은 고액의 돈을 받거나 주변 사람의 청탁을 받고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나마 전관변호사 같은 경우는 수임료라는 형식으로 돈을 받아 그 돈의 액수가 드러나지만, 사업가나 정치인 등은 로비의 대가로 어느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받았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정운호 대표의 구명 로비에 나섰던 이모씨도 건설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건과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전문 법조브로커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씨는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담당한 판사와 식사약속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법조계내 인맥이 탄탄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 변호사의 경우야 예전 근무할 때 인연을, 사업가의 경우 판검사의 회식 스폰서 등을 하면서 친분을 쌓는 경우가 많다”며 “판검사들도 사적인 만남을 얼마든 가질 수 있으니 이런 모임이 법조비리인지 개인 만남인지 사실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일 불거진 당시인 2006년 8월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조비리 연루 판검사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
법원·검찰 “전관예우 더이상 없다”

법원과 검찰은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조브로커는 없고, 설사 법조브로커들이 그런 시도를 하더라도 수사나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주장한다.

법원 관계자는 “법조비리 파동을 겪으면서 법조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해서 전관이라고 해서 봐주는 부끄러운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며 “전관변호사를 비싼 수임료를 주고 선임했다고 해서 정해진 재판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정운호 대표의 경우 성공보수를 포함해 50억원에 달하는 변호사비를 쓰고도 보석은 커녕 집행유예로도 풀려나지 못했다. 측근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로비를 시도했지만 결국 징역 8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은 이전 사건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시 정 대표의 변호사가 검사장 출신이라는 데 세간의 의혹이 쏠리고 있다.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고위직을 지낸 전관 변호사는 수임장에 도장을 찍는데만 몇천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전관 변호사 효과가 없으면 왜 굳이 비싼돈을 주면서 전관 변호사를 찾겠냐”고 반문했다.

전관예우 의혹이 일어도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판사가 전관예우 차원에서 형량을 깎아줬다고 하더라도, 법이 허용한 범위내에서 이뤄졌다면 이를 문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조비리까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잘 아는 선후배가 변호를 맡는다면 허용된 재량권 안에서 잘 봐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냐”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전직 법관들이 퇴임 후 일정기간 변호를 못하게 막는다면 모를까 전관예우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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