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A 한파에도 에누리 없다'…멀티플 수십배 베팅 '눈길'

멀티플 수십배 책정한 매물 속속 출현
원매자 우위 시장 전망에도 소신 베팅
알짜 매물 부각…'제한적 기회다' 어필
'팔릴 매물은 팔려’ VS ‘협상 위한 포석’
  • 등록 2022-07-14 오전 5:30:00

    수정 2022-07-14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자신감인가, 역발상인가…’

대내외 상황 악화로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멀티플(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쓰는 적정배수)을 최고 50배 가까이 책정한 매물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사려는 쪽이 주도권을 쥐는 ‘바이어스(Buyer’s) 마켓’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소신껏 몸값 책정에 나선 것이다.

동종업계 매물과 비교해 ‘알짜’임을 어필하는 한편 ‘지금이 아니면 살 기회가 없다’며 협상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업계에서는 ‘매각가를 먼저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차후 협상에서 가격 조정을 염두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멀티플 수십배 매물 등장…‘비싼데 이유 있다’

13일 자본 시장에 따르면 하반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조 단위(지분투자 포함·희망 매각가 기준) 매물은 약 10건에 달한다. 물가·금리·달러·원자재 인상 여파로 M&A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매각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값을 소신껏 책정하고 시장에 나온 매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하반기 매각 작업을 준비 중인 맘스터치다.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이달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맘스터치 매각가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맘스터치의 에비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430억원에 멀티플 약 23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버거킹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법인 에비타에 멀티플 12배를 적용한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멀티플을 두 배 이상 올려 잡은 것이다.

맘스터치는 버거킹(지난해 기준 440개)과 비교해 3배가 넘는 전국 매장 수(1352개)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매출은 버거킹(5713억원)의 절반 수준인 3010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버거킹(248억원) 보다 높은 394억원을 기록하며 알짜 매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자 가맹 사업까지 추진하는 등 신사업 잠재력을 어필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

최근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배포하며 M&A 매물로 나온 치과용 의료장비 구강스캐너 전문기업 메디트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메디트 매각 가격은 약 3조~4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기록한 메디트 에비타가 104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8~37배에 육박하는 멀티플을 책정한 것이다.

2019년 10월 이 회사를 인수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이 인수 당시 멀티플 16배를 적용한 가격(3200억원)에 인수했는데, 약 3년 만에 멀티플이 2배 가까이 올라간 셈이다.

‘팔릴 매물은 팔려’ VS ‘협상 위한 포석’

업계에서는 동종업계 유사 기업들의 멀티플이 20~30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치과 진료의 디지털 변환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다 해마다 뛰는 메디트 실적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2019년 722억원이었던 메디트 매출은 지난해 1906억원으로 2년 만에 2.6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에비타 역시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내달 본입찰을 앞둔 일진머티리얼즈(020150)는 몸값이 최소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5조원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에비타 대비 멀티플이 무려 55~91배 수준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관련 고객사를 대거 꿰찰 수 있다는 점이 높은 멀티플 책정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밸류체인 확장을 노리는 원매자들로서는 이 정도 수준의 멀티플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멀티플은 무작정 높게 책정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 시장에서 섹터(분야)별로 수용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있다. 인수 이후의 보장된 성장 잠재력을 원매자에게 추가로 각인시켜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십배를 적용한 멀티플을 둘러싼 견해도 다양하다. ‘어차피 잘 팔릴 매물은 팔린다’거나 ‘주춤한 시장 분위기에 지레 겁먹고 (멀티플 책정을) 낮출 수 없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협상 과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도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원하는 가격에 무작정 팔기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며 “일단 가격을 불러 놓고 협상 과정에서의 조정을 의식한 설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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