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이 부(富)를 창출하는 루트[플라스틱 넷제로]

OECD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톺아보기(2편)-시장과 정책
지자체와 브랜드 협업한 영국 ‘포드백’
커피 캡슐 브랜드 4분의 3 이상 참여
재활용 시장 육성 '3가지' 정책 방향은
  • 등록 2022-07-23 오전 7:15:00

    수정 2022-07-23 오전 7:15: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영국 남부의 도시 치체스터(Chichester)에서 지난해 초부터 시행한 ‘포드백(Podback)’은 버려지기 쉬운 재활용 가능 제품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드백은 비영리 커피 캡슐 재활용 서비스다. 네스프레소·네스카페·타시모 등 주요 커피 캡슐 판매 기업과 협력했다. 커피 캡슐을 가정 폐기물 재활용 센터에 가져가거나 방문 수거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수집된 캡슐은 두 곳의 영국의 전문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져 포장재, 자동차 부품 및 건축 자재 등으로 변화한다. 커피 찌꺼기는 바이오가스를 만든다.

모리슨(Morissons) 마켓 홈페이지
커피 캡슐은 커피 찌꺼기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호일, 알루미늄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가정에서 분해가 어렵고 크기도 작아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해 500년 이상 자연분해를 기다려야하는 매립지로 대개 이동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21개 캡슐커피 제품 가운데 네스프레소의 3개 제품을 제외하면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네스프레소 뿐만 아니라 네스카페, 일리 등 8개 브랜드의 사업자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도 대비됐다.

재활용 생태계…공공과 민간기업 협력 필수

영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커피 캡슐이 경쟁을 제쳐두고 중앙 집중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영국 커피 캡슐 시장의 4분의 3 이상의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포드백은 영국의 모든 캡슐 브랜드와 소매업자들이 동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백은 “우리는 재활용을 가능한 한 쉽게 캡슐을 만들고 싶어서 서비스를 출시했다”라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빚은 성공 사례인 것이다.

포드백에 참여한 네스프레소는 전 세계 시장에서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를 제시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네스프레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9.1% 증가해 모기업 네슬레 성장률을 웃돌았다. 네슬레는 지난해 말 전체 포장재의 93.5%, 플라스틱은 74.9%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 전체 포장재의 39.5%는 재생원료로 만들어졌다.

네스프레소는 “우리는 재활용과 회수 및 폐자재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탐색하고 개선하는 연구개발과 신기술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며 “성공적인 재활용은 적절한 수집, 분류 및 처리 인프라를 제공하는 지방 당국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네스프레소의 모기업인 네슬레는 재활용 솔루션 개발 등을 위한 2억5000만 스위스 프랑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 시장 육성하는 3가지 정책 방향은

커피 캡슐 외에도 쉽게 분해하기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는 제품들은 수두룩하다.

OECD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 생산에서 재생 플라스틱 시장은 6%에 불과했다.

지난 20년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두 배 커진 가운데, 2차 플라스틱은 4배 성장했다. 2차 시장이 1차에 비해 빠른 속도로 커지긴 했지만, 시장 규모는 1차 시장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적은 규모다.

보고서는 “1차 플라스틱 생산의 지속적인 성장과 2차 생산의 상대적 작은 규모는 시장이 2차 플라스틱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출처: OECD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재활용이 어려운 원인은 폐기물 배출과정과 민간처리업체의 낮은 자본력 등 복합적이지만, 일차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원인이 있다. 이에 정책과 공공부문의 개입으로 환경 외부 효과(가격체계에 반영되지 않아 비용 부담을 지지 않는 현상)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2차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 프레임으로 보고서는 △수요 △공급 △에코디자인 등 3가지 측면에서의 해법을 제시한다.

수요 부분에서는 공공의 녹색 수요나 재생 사용 비중 등으로 2차 재료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나 재활용 기술 연구개발 펀드를 통해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분해에 대한 표준 디자인, 위험물질첨가금지, 정보 기재 등은 ‘고급’ 2차 재료를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1차 플라스틱의 가격이 1차 생산의 외부 비용을 포함하도록 하면 재활용을 위한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할 수 있다”며 “1차 생산에 대한 세금, 화석 연료 생산·소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그 예”라고 꼽았다.

나아가 “현재의 디자인과 폐기물 수집 과정은 고품질 재료를 소량만 제공하고 있다”며 “에코 디자인은 재생 품질을 향상시키고, 분해 설계를 장려함으로써 재사용과 재활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