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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2092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순매도액 5222억원의 40%에 달한다. 그동안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일 때마다 매수에 나서며 반등을 이끄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 한 달 간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3조3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반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달 초부터 지난 28일까지 한 달여간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절반 이상 수익을 내며 비교적 선방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OCI(010060)로 8.5%에 달했다. 연기금은 546억원을 사들였는데, 평균 매수단가는 13만377원이다. 이날 OCI는 전 거래일보다 1500원(1.07%) 오른 14만1500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화석연료 대체재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주가가 전 세계적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009830)도 태양광산업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매수 평균 단가(3만8457원)보다 현 시세가 높다. 한화솔루션의 이날 종가는 3만9250원이다.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1326억원)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기금의 평균 매수단가는 42만428원으로 29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6.9%다. 순매수 2·3위인 LG화학(051910)(평균 매수가격 56만9956원)과 카카오뱅크(323410)(3만7024원)은 각각 -7%, -16%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수익률이 가장 낮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이 주축인 만큼 과거처럼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과 내년 말 국내 주식 비중을 각각 16.3%, 15.9%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16.9%로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6월은 반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이자 내년 자금 집행을 준비하는 기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어 예전처럼 증시 반등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