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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역대급 투자를 예정하고 있지만, 정작 수혜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업체들이 누릴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20%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내 반도체 장비 투자 총 157억달러 중 126억달러가 해외로 나갔다. 본딩장비와 몰딩장비 등 진입장벽이 낮은 후공정 장비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노광장비와 식각장비, 이온주입장비 등 전공정 핵심장비 상당수는 여전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는 ‘반도체 강국’ 한국이 자칫 ‘속 빈 강정’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것으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전년 4391억달러보다 6.4% 늘어난 4883억달러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장비업체들 사이에서도 분주한 모습이 감지된다. 김민현 한미반도체 사장은 “국내외에서 반도체 장비 주문량이 밀려든다”며 “현재 모든 공장이 풀가동 중이며, 늘어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한국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대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국산 장비를 채용하고, 아울러 장비업체들과 보다 긴밀하게 R&D(연구·개발)를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해외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비업체를 엄선해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