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제야 듣기 시작한 약자·소수의 목소리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리베카 솔닛│284쪽│창비
  • 등록 2021-12-22 오전 5:34:00

    수정 2021-12-22 오전 5:34: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고발로 시작해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미투 운동’은 21세기 페미니즘의 분수령이 됐다. 리베카 솔닛은 미투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누군가가 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야 사람들이 귀를 열고 그 말을 듣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그간 수많은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당했고 간신히 입을 연다 해도 신빙성을 의심받거나 가볍게 취급됐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 대해 여성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가진 남성들이 무턱대고 이를 아는 척 설명하려는 현상을 뜻하는 ‘맨스플레인’(man+explain)을 비판하며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리베카 솔닛의 산문집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가 출간됐다. 솔닛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발표한 칼럼과 에세이 등을 엮은 책으로 미투 운동, 문화계 젠더 문제, 미국 대선과 투표권 억압 문제, 민족주의, 임신중지법, 기후위기 등 시대의 현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솔닛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갈등은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 비백인, 비이성애자 등의 관점에 주목하려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누구의 목소리로 써내려갈 것인지는 아주 근본적인 권력 다툼이자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솔닛은 책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갈등과 분쟁을 면밀히 살피며 그 갈등을 딛고 조금씩 발전해가는 사회를 예리하면서도 재치 있는 특유의 글솜씨로 묘사한다. 진실을 가리거나 과장해온 관습, 편견, 언어를 비판하며 그동안 목소리를 못 냈던 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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