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말라가는 '백조의 호수'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 4년 만에 내한
차이콥스키 고전발레, 환경 문제로 풀어내
무용수들, 토슈즈 없이 무대…"클리셰 해체"
"영혼은 육체의 생각, 움직임과 신체 향해 질문"
  • 등록 2023-06-22 오전 5:45:00

    수정 2023-06-22 오전 5:4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목만 보고 친숙한 고전발레를 예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22~25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다. 차이콥스키의 고전발레와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과 주제는 전혀 다르다. 아름다운 호수 앞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환경 파괴로 희생되는 백조의 이야기다.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주. (사진=LG아트센터)
독특한 발상의 주인공은 모던 발레 거장 앙쥴랭 프렐조카주다. ‘스노우 화이트’, ‘프레스코화’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안무가다. 자신이 이끄는 무용단 ‘프렐조카주 발레’와 함께 ‘백조의 호수’로 4년 만에 내한한다. 프렐조카주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안무가로서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두려움이 오히려 저를 깨어 있게 하므로 (이런 도전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프렐조카주는 2018년 ‘백조의 호수’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고스트’를 위촉받았다. 프티파가 ‘백조의 호수’를 처음 만들었을 때 느낀 영감에 자신을 투영해 ‘고스트’를 완성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는 ‘고스트’에 프렐조카주만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보태 새로 제작한 무용작품이다. 2020년 10월 프랑스에서 초연했고, 미국, 러시아, 홍콩 등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프렐조카주는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텍스트(text), 동기(pretext), 맥락(context)”을 꼽았다. 그는 “텍스트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신체를 표현하는 방법, 동기는 제가 선택한 주제, 맥락은 우리의 시대를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백조의 호수’ 또한 이러한 생각에서 구상했다.

“오늘날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호수가 말라가고 있고, 50년 동안 800종 이상의 동물이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장엄하면서도 흠잡을 곳 없는 하얀 새를 알 수 있을까요? 이것이 제가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 진짜 질문입니다.”

발레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무용수들은 포인트 슈즈(토슈즈)를 신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 프렐조카주는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는 2막의 마지막 백조들이 둥근 대형을 이뤄 선보이는 군무를 꼽았다. 그는 “이 장면은 고전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한다”며 “이는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프렐조카주 발레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사진=LG아트센터)
프렐조카주는 1957년 정치적인 이유로 프랑스로 망명한 알바니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유도를 배우던 그는 10살이 되기 전 학교의 한 소녀가 보여준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사진에 매혹돼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액상 프로방스에 건설된 프랑스 최초의 무용창작센터 더 파비옹 누아르에서 프렐조카주 발레와 함께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렐조카주의 최신작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다프트 펑크 출신 토마스 방갈테르가 음악을 맡은 ‘신화들’(Mythologies)이다. 그는 “다양한 신화에 대한 안무적 접근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집단적 상상력을 형성하는 현대의 의식과 건국 신화를 탐구하고, 그들이 서로 어떻게 응답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프렐조카주는 안무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철학자 스피노자를 언급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영혼은 육체의 생각입니다. 그는 ‘영혼을 만드는 것은 육체이다’라고 했죠. 안무가인 저에게 이것은 가장 훌륭한 문장입니다. 영혼은 생각이고, 그 생각은 육체를 통해 분출됩니다. 제 관심사는 움직임과 신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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