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41) 교사는 점심시간마다 마스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며 마스크 벗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는데 거부감을 느낀 아이들은 식사를 대충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가고 있다.
조만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며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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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작 학생들은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4)양은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오히려 어색해서 답답해도 쓰는 게 낫다”며 “나뿐만 아니라 또래 여자 아이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야외에서도 다수의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체육활동 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김모(43) 교사는 “체육시간에도 절반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땀을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쓴 채로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양도 “뭔가 마스크를 벗는 건 가면을 벗는 기분이라 체육시간에도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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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역시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이 더뎌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언어 습득과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모(36) 교사는 “확실히 코로나 이전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아이들 표현이 작아지고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얼른 마스크를 풀고 서로의 눈코입을 보면서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의 표정을 학습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될 경우 마스크를 벗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됐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마스크를) 벗게 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마스크 해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자연스럽게 (마스크 해제가) 일종의 흐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