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꿈도 꾸지마’ …M&A 시장에 몰아칠 나비효과

[위클리M&A]
미 연준 "올해 기준금리 인하 없다"
고금리 유지 전망에 뒤숭숭한 시장
올해 전략은 어떻게 짜야하나 고심
자금력 있는 운용사 군림 현상 강화
  • 등록 2023-01-07 오전 9:00:00

    수정 2023-01-07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하반기쯤 기준금리 내리는 것 아니냐 생각하셨죠? 혹시라도 그런 기대 있었다면 고이 접어두세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날아온 새해 메시지다. 말은 안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그래도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빗나간 순간이다. 올 하반기를 분위기 반등의 분수령으로 보고 새해 계획을 짜던 자본시장 참여자들도 희망 대신 뒤숭숭한 기분을 지울 수 없게 됐다.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각)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록에서 “연내 기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금리 인하 기대감 싹을 잘라버린 연준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각)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회의록을 공개했다. 메시지는 확고했다. “연내 기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에도 강력한 긴축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의사록은 ‘참고용’이라는 말도 있다. 제로 금리를 향해 가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 말했던 점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9명의 FOMC 위원 가운데 ‘올해는 금리인하 해야 한다’고 말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의견이 반반, 그도 아니면 몇 명이라도 나온다면 열린 결말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는데 반대 의견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상 올해 금리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내 후년, 그 이후는 몰라도 올해는 적어도 없다는 얘기다.

발언의 기저에는 ‘설마’라는 싹을 아예 잘라버리자는 강경한 의지도 묻어난다. 여지를 남기면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금리 인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입만 바라보던 국내 자본시장도 새해 뒤숭숭한 시작을 알렸다. 하반기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퇴짜를 맞아서다.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는 없을 것이란 점을 이제 기본값으로 깔고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장에서도 자금 모집이나 운용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당장 곳간부터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자금이 얼만큼인가’ 확인하는 한편 ‘우리가 관심을 뒀던 그 매물이 지금 얼마냐’ 시장 동향 파악도 겸하고 있다. 돈을 더 꾸자니 10%에 육박하는 이자가 부담이라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을 기반으로 계획을 짤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있는 자만 사러 다니는 M&A 시장 개막

결국 올해 이뤄질 시장 분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일단 상대적으로 자금이 넉넉한 운용사들이 소위 ‘갑’으로 군림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 우위로 지갑이 두툼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수 작업에 나설 때도 ‘팔고 싶은 생각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매각 측을 압박하고 추가 디스카운트까지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M&A 시장에 매물을 팔려는 매각 측으로서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과거 너도나도 돈 있다고 뛰어들던 2021년 시장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야 배짱도 부리는데,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에 더 위축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는 매각 시기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회사 존폐 갈림길에 선 기업들은 ‘파이어 세일’ 형태로 새 주인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회생 매물이 대표적이다. 기업가치가 빠질 대로 빠진 상황에서 시장 분위기까지 받쳐주지 않은 게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인수한 대우조선해양(042660)(대조양)과 쌍용자동차(003620)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2008년에도 대조양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인수가만 6조원에 달하는 메가딜이었다. 이번 대조양 인수로 한화가 지불한 금액이 2조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6일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VIG파트너스는 이달 말까지 이스타항공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하여 1000억원 이상의 증자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시스템을 선진화할 예정이다.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운항증명서(AOC) 효력이 중지되고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2021년 성정 인수 이후 지난해 3월 회생절차가 종결됐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면서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항공업에 대한 향후 전망은 차치하고서라도 예년과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를 타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이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를 고려한 전략 설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기회를 노리는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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