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반도체 회복…올해 대규모 무역흑자 가능"[만났습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신년인터뷰]
"세계 상품교역증가율 0.8%→3% 이상"
"ICT 필두로 대부분 품목 수출 플러스 전환"
"美선거 등 영향 미미…탄소중립정책 우려"
  • 등록 2024-01-16 오전 5:55:00

    수정 2024-01-16 오전 5:55:00

[이데일리 하지나 김성진 기자] “IT기기에 대한 선(先) 구매 효과가 사라졌고 AI(인공지능) 등의 등장으로 IT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전망입니다. 올해는 대규모 무역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해 수출을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의 부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나마 자동차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둬 버팀목 역할을 했고 미국이 중국·아세안 시장의 부진을 메웠다.

올해는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상품교역 증가율이 0.8%를 나타냈는데 올해는 3% 이상 기록할 전망”이라며 “교역 자체가 늘면서 IT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들도 대부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40여개국에서 실시되는 선거와 리더십 교체가 우리 통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만 해도 올해 11월”이라며 “(미국의 외교·통상) 정책이 극단적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작아 보이지만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은 후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작년 우리 수출시장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연간으로 수출은 -7.5%. 무역수지는 102억달러 적자였는데 이것을 경상수지로 하면 플러스다. 실제로 의미 있는 건 경상수지이다. 또 하나는 1분기부터 쭉 감소세를 보이다가 10월부터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런데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아주 좋은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국가 중 우리 수출 순위는 재작년에는 6위였는데 (작년엔) 8위로 떨어졌다.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때가 2017년으로 3.23%였는데 지난 정권부터 2.9%로 떨어지더니 작년 3분기까지는 2.62%로 거의 1990년대 후반으로 돌아갔다. 2017년까지는 산업기반이나 경쟁력이 높았다고 볼 수 있는데 2018년 이후에 산업 기반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유독 반도체와 IT는 괜찮았다. 그래서 반도체 착시라고 할 정도였다. 예를 들면 보통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최대 10%가 안 됐었다. 그러다가 2018년, 2019년에 20%가까이 올라가게 되니까 다른 수출 산업기반이 약화하는 것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작년에는 그 반도체마저 옛날로 회귀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등 IT기기 수요가 많아서 다른 것이 안 보였다가 지난해 IT 수요가 꺼지자 수출 실적이 감소한 것이다.

-올해 전망은 어떤가.

△IT기기에 대한 선 구매 효과가 사라지면서 정상화되고 AI 등장으로 각 IT기기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 SSD 등 IT기기들에 대한 전문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올해는 최소 5~10%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공급 과잉 당시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하면서 단가 조정을 상당히 이뤄졌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올해는 수출이 본격화한다. 대규모 흑자도 가능하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다른 업종은 어떤가.

△예를 들면 지난해 자동차 업종은 아주 좋았다. 코로나 기간 생산 공장 중단, 반도체 숏티지 등으로 생산이 안 됐다. 그래서 자동차 생산량이 전 세계적으로 700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반도체도 원활해지기 시작하면서 공급 측면에서 자동차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 동안 구매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렇다 보니 작년 자동차 판매량은 9000만대 가까이 갔다.

그리고 코로나 기간 다른 글로벌 완성차들은 공장 문을 닫았는데 우리의 경우 발로 뛰면서 공장을 가동했다. 그런 측면에서 경쟁력이 올라간 부분도 있다. 올해는 아무래도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작년에는 30~40% 늘었는데 올해는 그렇게까지 될 수는 없다.

올해 세계 상품 교역 증가율은 지난해 0.8%에서 올해 3%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고 IT 품목 이외의 것들이 정상화했다면 올해는 IT 부문이 회복하며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교역 자체가 늘어나니 다른 품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는 21.9%, 디스플레이 3.7%, 컴퓨터 45.6%, 무선통신기기 7.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수는 없나.

△미·중 갈등이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국은 마이너스이지만 미국은 플러스이다. 그래서 총합은 어떤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40여개국에서 실시되는 선거는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만 해도 11월이다. 대통령 되자마자 정책이 입법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 선택의 폭이 극으로 가긴 어렵다.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그 영향은 후년에 나타날 것이다. 전쟁의 영향도 상당히 미약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이미 벌어진 일이다. 오히려 재건 사업과 관련해서 신규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마스·이스라엘은 중동 국가로 확산해서 수에즈 운하 통제되고 물류비용이 급등하면 우리나라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이스라엘 전쟁 자체가 우리에 큰 영향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탄소중립 관련 움직임이 우려된다. 통상 이슈와 맞물려 기업들은 RE100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EU의 핵심원자재법, 탄소국경조정제도, 반도체지원법 등 자국 기업에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주거나 해외기업에 대한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들로 우리나라 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협회 목표는

△일의 절반이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해외에 가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연결해 주고 외국에서 오는 바이어들을 만난다. 해외 통상 환경을 개선해주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 광의의 통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비중이 높다. 그 외에도 올해 총선을 앞두고 공약들이 나올 텐데 제대로 검증해보면 어떨까 싶다. 공약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도 있다. 장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역효과를 예측해서 피드백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만기 상근부회장은…△서울대 사범대·행정대학원 졸업 △파리 제10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1984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장·산업통상기획관 △2014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2016~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019~2022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2020년~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2022년 9월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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