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역경에서 빛난 진실한 우정

  • 등록 2018-12-24 오전 6:00:00

    수정 2018-12-24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나이 지긋한 이들이 모인 연말 송년회 자리마다 건배사가 등장한다. 재치 있는 문구는 해마다 화제가 된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함께 가자, 우정을 지속하자 등이다. ‘이멤버, 리멤버’ ‘이상은 높게, 우정은 깊게’ 등은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모름지기 구호(口號)란 요구나 요청을 담는다. 이미 이룬 게 있다면 구호가 무슨 필요 있으랴. 여전히 허전한 사랑이고 우정이니 연말에서나마 다짐하고 싶은 욕심이 아닐까.

방송인 이영자가 지난 22일 열린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KBS가 ‘연예대상’을 신설한 후 첫 여성 수상자다. 본격적으로 지상파 연예대상이 시작된 이래 박경림(2001년 MBC)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방송인 단독 대상 수상이다. 이영자는 올해 KBS 예능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 보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 등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터라 궁금증이 무성하다. KBS가 화제성 높은 이영자에게 상을 먼저 줘 내년 주요 프로그램을 안길 것이라는 추측부터 MBC마저 ‘연예대상’을 안기면 방송 최초 여성 2관왕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영자의 수상은 올해 문화연예계를 휩쓴 여풍 열풍으로도 해석된다. 이영자가 방송 제작진을 애먹이는 꼼꼼한 스타일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부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영자의 수상은 방송 활동을 오래 지켜본 이라면 또 다른 감회에 들게 한다. 지금 이영자에게 이른바 ‘이영자 패밀리’인 고 최진실을 시작으로 최화정·홍진경 등 ‘우정’을 나눈 이들의 공감과 응원이 있었다. 이영자는 케이블채널 올리브 ‘밥블레스유’ 출연을 결정할 때도 또 다른 ‘우정’인 김숙·송은이의 거듭된 권유 끝에 카메라 앞에 섰다. ‘2018 KBS 연예대상’ 수상 소감에서 “이걸 꼭 이야기하려고 했다. 저를 힘들 때마다 다독여준 우리 김숙 씨, 송은이 씨 너무 감사하다”고 두 사람을 콕 집은 이유다. 이영자는 수상 무대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 비하 논란으로 하차하려고 고민한 순간, 본인과는 무관한 오빠 ‘빚투’ 의혹, 그리고 모든 어려움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올해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터이다.

이영자는 지난 2001년 다이어트 구설수로 정상에서 갑자기 내려왔다. 당시 이영자는 40kg을 운동과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감량했다고 주장했으나 후에 지방흡입 시술을 한 게 드러나 거짓말 파문에 휩싸여 기자회견 끝에 방송을 중단했다. 이영자는 당시를 회상하면 “30대에 큰일을 겪었다. 패가망신한 일이다. 그때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던 길을 왼쪽으로 가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 죽어도 못 하겠다는 일 하나만 해보면 인생이 바뀌더라”고 고백했다. 모든 걸 바꿨으나 결코 바꾸지 않은 건, 그 시기 그의 곁을 지킨 이들이다. 이수근을 곁에 둔 강호동, 송은이·김숙을 둔 이영자 등이 방송가에서 부러움을 받은 이유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로마의 한 작가가 남긴 말이다. 연말 구호로만 우정을 외치면 얼마나 공허할 것인가. 행동이 말보다 낫고, 관계가 결과를 낳는다. 나의 어려움은 우정 깊은 이와 나누고, 그이의 어려움은 내가 먼저 헤아려 본다. 2019년 제조업의 위험에 자영업자의 위기까지 경기 침체의 우려가 크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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