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autistic) 단계’는 출생부터 약 3~4주까지 아기가 오직 자신의 욕구만 인식하는 ‘절대적인 자기도취의 단계(Narcissistic stage)’다. 양수로 가득 찬 따뜻한 엄마의 자궁이라는 평화로운 공간에서 차가운 공기로 채워진 새로운 세계로 던져진 탄생의 순간은 아기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처음으로 내뱉는 호흡, 차가운 공기, 중력, 배고픔과 같은 낯선 충격을 경험하며 아기는 결국 우렁찬 울음을 터뜨린다.
다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젖가슴을 찾는다. 주린 배를 채운 아기는 어렴풋이 자기에게 만족을 주는 젖가슴을 엄마라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깨어 있는 동안 아기는 젖을 먹는데 몰두해 있기 때문에 엄마의 젖가슴은 아기가 접하는 첫 대상이자 가장 강력한 ‘부분 대상’이 된다.
이 시기 동안 아기는 좋은(good) 경험 또는 나쁜(bad) 경험으로 이분화시켜 단순하게 경험하는 신체 감각만 인식한다. 배가 부르면 좋고 배가 고프면 나쁘다. 따뜻하면 좋고 추우면 나쁘다. 안아 주면 좋고 접촉을 거부하면 나쁘다. 배가 고플 때 첫 대상인 엄마의 젖가슴이 바로 아기의 입안에 물려있으면 젖가슴은 좋은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쁜 대상이 된다.
이 시기의 좋은 돌봄을 경험한 만족감은 아기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랑받을 만한 존재, 수용 받는 존재라고 믿게 된다. 이러한 믿음은 점차 굳어져 훗날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근간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나쁜 경험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의식에서 밀어내는 분열(split)을 일으켜 훗날 대인 간 병리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자폐 단계’에 고착되어 다음 발달단계로 넘어가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