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박사의 쉼터] 아기의 탄생, 그리고 ‘자폐 단계’

김미선 상담학 박사
  • 등록 2023-07-17 오전 6:24:50

    수정 2023-07-17 오전 6:24:50

[김미선 상담학 박사] 소아과 의사이자 심리분석가로 아동을 관찰하며 연구했던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정상적인 아이는 ‘자폐-공생-분리개별화’의 3가지 발달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중 첫 번째 단계인 ‘자폐 단계’에 대해 살펴본다.

‘자폐(autistic) 단계’는 출생부터 약 3~4주까지 아기가 오직 자신의 욕구만 인식하는 ‘절대적인 자기도취의 단계(Narcissistic stage)’다. 양수로 가득 찬 따뜻한 엄마의 자궁이라는 평화로운 공간에서 차가운 공기로 채워진 새로운 세계로 던져진 탄생의 순간은 아기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처음으로 내뱉는 호흡, 차가운 공기, 중력, 배고픔과 같은 낯선 충격을 경험하며 아기는 결국 우렁찬 울음을 터뜨린다.

놀란 아기에게 엄마의 자궁 내부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아기를 감싸 엄마 품에 안겨 익숙한 엄마의 맥박 소리와 따뜻한 체온을 경험하게 한다. 친근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배고플 때 즉시 젖을 물려준다. 이러한 돌봄과 밀착감은 낯선 환경으로 혼란스러운 아기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아기에 대한 엄마의 몰입도가 크면 클수록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아기의 불안과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 시기의 아기는 많은 시간 대부분 잠을 잔다. 깨어 있을 때도 잠자는 듯한 상태와 같은 환상에 쌓여 있으며 아직도 자궁 내부에 있듯이 현실로부터 차단되어 폐쇄된 심리 체계를 유지한다. 아기는 단순한 신체 감각만 인식하고 자기와 외부 세계를 구분할 수 없으며, 본능에 의해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어떤 정체감도 느낄 수 없다.

다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젖가슴을 찾는다. 주린 배를 채운 아기는 어렴풋이 자기에게 만족을 주는 젖가슴을 엄마라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깨어 있는 동안 아기는 젖을 먹는데 몰두해 있기 때문에 엄마의 젖가슴은 아기가 접하는 첫 대상이자 가장 강력한 ‘부분 대상’이 된다.

이 시기 동안 아기는 좋은(good) 경험 또는 나쁜(bad) 경험으로 이분화시켜 단순하게 경험하는 신체 감각만 인식한다. 배가 부르면 좋고 배가 고프면 나쁘다. 따뜻하면 좋고 추우면 나쁘다. 안아 주면 좋고 접촉을 거부하면 나쁘다. 배가 고플 때 첫 대상인 엄마의 젖가슴이 바로 아기의 입안에 물려있으면 젖가슴은 좋은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쁜 대상이 된다.

엄마 품에 포근하게 안겨서 젖을 먹는 과정을 통해 아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반복되는 좋은 경험을 통해 아기는 점차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아~ 정말 살만한 세상이야”라는 믿음도 생긴다. 나와 다른 존재인 대상(object)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심리적 발달이 이루어지려면 신경 생리학적인 발달뿐 아니라 안아 주고 먹여주는 돌봄의 경험들이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좋은 돌봄을 경험한 만족감은 아기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랑받을 만한 존재, 수용 받는 존재라고 믿게 된다. 이러한 믿음은 점차 굳어져 훗날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근간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나쁜 경험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의식에서 밀어내는 분열(split)을 일으켜 훗날 대인 간 병리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자폐 단계’에 고착되어 다음 발달단계로 넘어가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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