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려면

  • 등록 2018-02-12 오전 5:30:00

    수정 2018-02-12 오전 5:30:00

[송미진 센추리원 대표·북칼럼니스트]나는 20여 년 넘게 책을 만들어온 출판 기획자다. 1994년 출판계에 입문한 이후 항상 들었던 말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란 소리이지만, 그동안 운 좋게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기획할 수 있었다. 보통 출판계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되는 밀리언셀러를 출간한 기획자는 여럿 있지만, 십만 부 이상 판매되는 책을 10종 이상 출간한 기획자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장병혜 박사의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전혜성 박사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 백지연 앵커의 ‘자기설득파워’와 ‘뜨거운 침묵’, 이시형 박사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양창순 박사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그간 만든 책들 중 10종은 족히 십만 부 이상 판매돼 나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밥상에도 일조했으니, 단행본 기획자로서는 그만한 영광이 없겠다.

그러나 어쩌면 좋은 시절은 다 갔는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개발된 이후 출판계의 상황은 생존이 목표일 정도로 점점 나빠져만 갔다. 책을 읽거나 구매하는 독자들은 눈에 띄게 점점 줄어든다. 출판인들은 ‘사람들아 제발 책 좀 사라’고 절규하지만, 독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로 전체 독서 인구는 줄었지만, 한편으로 책을 읽는 성인의 독서량은 꾸준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책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책의 독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독서량 자체는 꾸준하고 또 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외려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인터넷에는 1년에 십여 권의 책을 냈다는 자칭 출간의 귀재라 칭하는 강사들의 출판 강좌가 성행하고 있고, 오늘도 많은 출판사들의 독자 투고함에는 똑같은 기획안, 똑같은 원고들이 쌓여가고 있다. 출판이라는 행위를 하나의 미션이라고 보고, 마치 스펙을 쌓는 일처럼 접근한다.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열정, 투지, 끈기 같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자신이 살아온 이력이 콘텐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책 발간이라는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에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주제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도 이야기를 끌어내는 구조와 실제 경험담 등 내용이 구체적이면 그 콘텐츠는 생명력을 가진다. 그러나 누가 썼는지 바이라인을 가리면, 지금 당장 아무개 이름을 갖다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원고들은 정작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들 그 어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남과 다른 나만의 콘텐츠가 지닌 강력한 차별성이 필요하다. 이제 인터넷에서 몇 번의 검색이면 세상 어떤 정보에도 접근이 가능한 시대다. 어쩌면 독자들은 저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구나 똑같이 알고 있는 정보를 넘어선 이야기, 내 삶의 이력과 만나 폭발적인 통찰력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출판 강좌에 몇 백만 원의 수강료를 내지 않아도 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나 자신에게 다음 2가지만 묻자. 첫째,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둘째, 그 이야기가 책이라는 상품으로 나왔을 때,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줄 독자는 있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답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답해보자. 내 이야기는 누군가(예상 독자) 시간을 들여 서점을 찾아(혹은 온라인 서점에서의 서핑으로) 1만 5000원 정도의 값을 치루고 살 만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하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저자로서의 나는 다른 사람은 갖고 있지 않은 정보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나만의 유일무이한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남보다 반발쯤 먼저 앞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책 출간 과정도 마찬가지다. 우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세상에 주는 한마디는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라. 글쓴이의 입장이 아닌 읽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을 이룬다면, 당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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