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A아파트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씨는 최근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을 듣고 불안하기만 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두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무기한 휴원에 들어간데다 남편도 일주일째 재택근무 중이라 소음 발생이 이전보다 확 커진 것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옆 단지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현관문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 같이 집안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매번 감시하며 뛰거나 조용히 얘기하라고 주의시키는 것도 힘에 부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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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방콕족(族)`이 늘고 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마스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로 어려워지자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자체 격리에 나선 가정도 늘고 있는 추세라 자연스레 아파트 내에서의 층간소음 민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와 학원의 영업 중단 등으로 집안이 아이들의 유일한 생활 공간이자 놀이터가 되면서 이웃 간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아래층이나 위층이 시끄럽다고 이웃 주민을 직접 대면하기 보다는 전화나 세대 방송을 통해 주의를 주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모를 전염 위험성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낮에도 컴퓨터를 두드리며 재택을 하거나 개학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민원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감염 문제로 이웃을 대면하지 않고 외부 출입이 줄어든 것을 감안해 신고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소음 분쟁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이 본격 나타나면서 아파트 공동생활구역 내 갈등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가령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마스크를 끼지 않거나 헛기침이라도 하면 눈치를 주거나 항의를 하기도 한다. 또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누르지 않고 우산 꼭지 등으로 눌러 이웃 간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발생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서는 이모씨는 “최근 비가 오는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이 본인 층수 버튼 뿐만 아니라 공용으로 사용하는 열림, 닫힘 버튼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 꼭지로 누르는 사람이 있어 말다툼을 벌였다”며 “아무리 감염 예방이 최선이지만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는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통제할 수 없는 사회 불안를 가중시키고 있다는데 주목한다. 일반 생활 자체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신뢰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본인이나 주변 사람의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이른바 ‘위험의 보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바이러스 종식 이후에도 많은 일상생활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