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곳엔 발닿는 곳마다 '시간'이 깃들어 있다

전남 순천 시간여행
드라마 속 감동 그래도 ‘드라마세트장’
600년전 감동속으로 ‘낙안읍성 민속마을’
미래세대를 위한 정원 ‘순천만국가정원
  • 등록 2022-03-25 오전 5:00:02

    수정 2022-03-25 오전 5:00:02

빛바랜 상점 간판과 담벼락을 지나면 세월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순천 드라마세트장


[순천(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아직 바람은 쌀쌀맞아도 남녘엔 봄기운이 은근하다. 이미 산과 들은 향기로워지기 시작했다. 강마을도, 산마을도 꽃그늘에 잠겨 매향 은은한 아지랑이를 피워올리고 있다. 봄바람이 매화를 앞장 세워 본격적인 봄꽃잔치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인지 훈훈한 봄내음이 사방에 가득하다. 이렇게 봄기운 가득한 시기. 가족 나들이 여행으로 전남 순천으로 떠난다. 자연에 기대 소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여행자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순수한 자연 풍경이 매혹적인 고장이다.



드라마 속 감동 그대로 ‘드라마세트장’

교복 입은 청춘들이 1970년대 골목을 활보한다. 순천 드라마촬영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빛바랜 상점 간판과 담벼락을 지나면 세월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촬영장은 여느 세트장과 사뭇 다르다. TV를 형상화한 입구를 지나면 옛 거리가 드러나고, 검은색 교복과 교련복을 차려입은 청춘들이 골목길을 오간다. 오래된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나이 든 학생들은 추억 놀이가 즐거운 듯 흐뭇한 표정이다. 촬영장에는 추억의 음악실(고고장), 이발소, 달동네 등이 함께 녹아 있다. 영화 ‘허삼관’, 드라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등 우리네 옛 삶을 담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밖에도 영화 ‘강남 1970’, 드라마 ‘감격시대’ ‘제빵왕 김탁구’ 등의 주 무대였다.

빛바랜 상점 간판과 담벼락을 지나면 세월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순천 드라마세트장


순천 읍내와 봉천동 달동네, 그리고 서울 변두리 등 골목 어귀를 돌아서면 시대와 공간이 달라진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접어들면 순천 소도읍 공간이다. 이곳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 순천 읍내로 시간 여행을 이끈다. 순천 옥천 냇가와 읍내 거리, 한식당 등이 재현됐다. 영화 ‘강남 1970’의 주인공 가옥과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들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 여행 영화 속으로’ 건물도 한편에 위치한다. 읍내 거리 뒤편으로는 뽑기, 달고나 등 옛 주전부리를 파는 장터가 자리했다. 개천을 잇는 나무다리와 평상 위에 놓인 누런 주전자는 추억 여행을 돕는 매개다.

빛바랜 상점 간판과 담벼락을 지나면 세월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순천 드라마세트장


언덕 위 달동네도 이색적이다.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은 잊혀가는 1960~1970년대 서울 산동네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공간이다. 투박한 낙서가 새겨진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실제 공간을 걷는 느낌이다. 골목길에는 연탄재가 있고, 한 평 남짓한 마당에는 빨랫줄이 매달린 정겨운 풍경이다. 달동네 위에는 ‘사랑과 야망’ 주인공의 집과 교회가 들어섰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이 달동네 세트장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긴다.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낙안읍성 민속마을’


타임머신 타고 600년 전으로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구불구불 이어진 고샅을 따라 거닐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초가집 마당과 돌담 사이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이다. 조선 시대 모습이 잘 보존된 마을에 지금도 100세대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읍성은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으로 불린다. 옛 서민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성곽뿐만 아니라 동헌, 초가 등이 조선 시대 원형대로 재현돼 있고, 실제 주민이 아궁이에 불 피우고 텃밭을 일궈가며 살아가고 있다. 낮은 돌담 사이를 거닐면 초가집과 흙마루, 장독 등이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낙안읍성 민속마을’


낙안읍성은 1397년(태조 6년)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축성 당시에는 토성이었지만, 다시 돌로 쌓아 규모가 커졌다. 읍성은 동서로 긴 직사각형이다. 길이가 1410m이고, 동·서·남쪽에 각각 성문이 있다. 동문에서 서문을 향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있고, 도로 북쪽에 관아, 남쪽에 민가가 모여 있다. 이런 배치는 낙안읍성이 한양도성을 본떠 만든 계획도시임을 알려주는 형태다.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낙안읍성 민속마을’


읍성은 두가지 방법으로 둘러보면 좋다. 동문으로 들어가 관아 지역을 구경한 뒤 민가를 둘러보며 각종 체험을 하는 방법과 동문 바로 위 낙풍루로 올라가서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도는 방법이다. 성곽을 따라 걸으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서문과 남문의 중간 지점은 읍성 전망대에서 둥글둥글 초가지붕이 어깨를 맞댄 소담스러운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북쪽에는 객사와 동헌, 내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객사 뒤에 이순신 장군이 심었다는 푸조나무와 동헌 앞에 납월(음력 12월)에 핀다 해서 ‘납월매’로 불리는 홍매 한그루도 있다. 마을 남쪽에는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돌담을 끼고 고샅을 따라 거닐며 오래된 가옥들을 따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긴다.



첫번째 지정 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은 하늘이 내려준 정원이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에 바닷물이 수시로 드나들고 철새와 여러 종의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생태계의 보고다. 그래서 순천만의 사계는 늘 생명력이 넘친다. 봄에는 갈대 새순이 돋아나 신비한 생명력으로 빛나고, 여름에는 온갖 종류의 게와 짱뚱어 등 생물이 마음껏 뛰논다. 가을이면 갈대가 황금 물결을 이루고 겨울이면 200여종의 철새가 찾아 장관을 이룬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호수정원


순천만으로 발길을 돌리면 두 개의 천상정원을 만날 수 있다. 하나는 생명의 쉼터인 순천만이고, 또 하나는 생태·문화 체험장인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우리나라에서 첫번째로 지정된 국가정원이다. 엄청난 규모의 면적에 수많은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는 인공정원. 걷기만 해서는 하루에 구경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읠 중심인 ‘호수정원’


이 정원의 중심은 호수정원이다. 동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호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관 건축가 찰스 젱크스가 순천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호수의 형상은 도심을, 물을 건너는 데크는 동천을, 중심에 높이 16m로 솟은 언덕은 봉화산을 상징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등 11개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정원이 조성돼 있다. 그중에서 네덜란드 정원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정원은 풍차가 이채롭다. 색색의 튤립도 꽃봉오리를 틔우며 나들이객을 유혹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이탈리아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을 구경했다면 순천만습지도 놓칠 수 없다. 1억 년 전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한 세계 5대 연안습지 가운데 하나다. S자 모양의 물길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갈대숲을 마주하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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