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바이든 '역대급' 비축유 결단에도…투심 못 살렸다

우크라·인플레·연준 등 불확실성 점철
3대지수, 2년만에 분기 마이너스 장세
푸틴 ''에너지 무기화''… 투자심리 움찔
PCE 40년래 최고…공격 긴축 불가피
러 눈치 보나…증산 거부하는 OPEC+
"미 비축유 방출 결단, 한계 분명하다"
  • 등록 2022-04-01 오전 6:12:29

    수정 2022-04-01 오전 6:12:2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우려가 점증하면서, 강세장 흐름이 주춤해졌다. 시장을 움직이는 재료들의 향방을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만큼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사진=AFP 제공)


푸틴의 노골적 ‘에너지 무기화’

31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6% 하락한 3만4678.35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7% 내린 4530.41을 기록했다. 두 지수는 2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4% 내린 1만4220.52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00% 떨어졌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6.36% 상승한 20.56을 기록했다. 지난 25일(20.81) 이후 다시 20선을 웃돌았다.

이날로 올해 1분기 거래는 마무리됐다. 다우 지수와 S&P 지수, 나스닥 지수는 1분기 동안 각각 4.57%, 4.95%, 9.10%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장세가 펼쳐졌다.

이날 증시는 초반부터 약세에 다소 기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4월 1일부터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지위를 이용해 서방 국가를 압박하고 화폐 가치를 지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골적인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 프랑스 등은 “협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로화 혹은 달러화로 계속 결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유럽 시장부터 반응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31% 하락한 1만4414.75를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21% 내린 6659.87에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은 1.43% 떨어졌다.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0.83% 하락한 7515.68에 장을 마쳤다.

오일쇼크發 최악의 인플레 왔다

개장 전에는 미국의 물가 지표가 투심을 떨어뜨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 1982년 1월(6.9%) 이후 40년1개월 만의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5.4% 뛰었다. 이 역시 1983년 4월(5.5%) 이후 38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번 인플레이션 폭등은 오일쇼크가 경제를 강타한 1970년대 중반, 1980년대 초반 흐름과 비견할 만하다. PCE 물가가 더 오른다면, 사실상 오일쇼크발(發) 초인플레이션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것이다.

PCE 물가가 주목 받는 건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참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월가는 올해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포함해 10회 안팎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초인플레이션 와중에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건 가파른 긴축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나온 미국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주(1만4000건) 대비 증가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낮을 정도로 노동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는 사실상 붙어 있는 수준이다. 이날 두 금리간 차이는 4bp(1bp=0.0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게 월가 인사들의 시각이다.

러 눈치 보나…증산 않는 OPEC+

장중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급’ 비축유 방출 결단을 내렸지만, 투심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일 100만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백악관은 “이같은 방출은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 급락한 배럴당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미국만 비축유를 푸는 건 유가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 공급의 실질적인 키를 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OPEC+는 이날 회의를 통해 사실상 기존 증산량을 고수하기로 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증산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스티븐 이네스 SPI자산운용 파트너는 “과거 사례를 보면 전략비축유 방출은 일시적인 조치”라며 “부러진 다리에 반창고를 붙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뉴버거 버만의 에릭 크누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동안 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지만 이제는 약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본다”며 “투자자들은 어느 순간 성장이 둔화하고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주식에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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