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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종 지표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제약·바이오산업’을 가리키고 있지만 우린 아직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1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의 전 단계를 국내 산업계가 감당할 여력이 못돼서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국내 제약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적 제약기업들은 이들 기업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10조원 안팎의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신약으로 만개할 수 있음에도 제품 출시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다국적 제약기업에 기술이전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확고한 육성의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까닭이다.
일찍이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중국 등 미래 경제패권을 꿈꾸는 국가들도 미래 먹거리산업 선점을 위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에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얀센, UCB와 같은 세계적 제약기업이 탄생한 벨기에 정부는 제약분야에 국가 연구개발 총액의 약 40%를 투자한다. 국가 경제의 10%에 불과하던 싱가포르의 바이오산업 비중은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30% 안팎까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정부가 제약산업을 미래 경제를 주도할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약산업계의 역량에 정부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글로벌 제약강국 한국’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지금이 바로 정부의 규제완화와 전폭적 재정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약산업에 연간 투입되는 민관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1조 8000억원.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데, 그나마 정부 투자 비중은 10%가 채 안된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2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실효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세액 공제 등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예측가능한 안정적 약가제도를 운용하는 것도 산업계의 연구개발 의지를 북돋는 장치다. 또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거시적 관점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 기업들이 뚝심있게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산업계의 연구개발 역량과 우수 인프라, 정부의 산업 육성·지원책,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들의 투자와 협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가 조성될 때 한국 제약산업은 대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