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롯데…재계, "법리적 판단 우선" 반색

法, 신동빈 검찰 적용 혐의 6가지 중 2개만 유죄 인정
재계 "배임죄 적용은 엄격, 경영 판단 존중"
국정농단 재판 남아 안심은 금물
  • 등록 2017-12-25 오전 6:00:00

    수정 2017-12-25 오전 6:00:00

횡령·배임·탈세 등 ‘경영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신격호 명예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배임죄는 엄격히 해석하고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은 존중했다.”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비리’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면하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철저히 ‘죄형 법정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 신 회장의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했고 실질적인 최대 수혜자”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범행 대부분이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 전인 ‘신격호 시대’에 발생했고 신 회장이 얻은 직접적·경제적 이익이 없다”며 검찰이 신 회장에게 적용한 6개 혐의 중 2개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6개 혐의 중 유죄는 불과 2개…엄격한 법 집행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한 부분은 두 가지다. 신 회장이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특혜를 줘 회사에 77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고, 서씨의 딸에게 공짜 급여를 준 혐의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 금액이 778억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고, 2가지 혐의 모두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의해 범행이 시작됐다”며 “(실형을 선고해)경영에서 격리시키는 것보다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배임 혐의의 중요한 축이었던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원이었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급여를 제공한 데 대해서는 “횡령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선고를 두고 재계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란 비판을 받아온 배임죄를 엄격히 해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계는 그간 기업 총수 등 경영진을 타깃으로 삼는 배임죄의 모호한 규정 탓에 기업 경영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배임죄 처벌을 ‘손해를 끼치려는 고의가 있을 때’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명 재벌들이 ‘정경유착’이란 오명을 쓴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면서도 “여론에 편승해 총수를 구속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법리적 판단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신 회장에겐 국정 농단 사건 연루 혐의가 남아 있다.

경영 비리 사건과는 별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70억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사건 관련, 신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다음달 26일 열리는 선고 공판 결과에 따라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형 위기 모면…신 회장 등 롯데 수뇌부 일본으로

실형 위기를 벗어난 신 회장은 1심 선고 직후 장인상 참석 등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신 회장의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淡河義正) 전 다이세이(大成) 건설 회장은 선고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도쿄에서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신 회장의 부인 오고 마나미(淡河眞奈美) 씨가 요시마사 전 회장의 장녀다. 마나미 씨 등 일가족은 요시마사 전 회장의 임종을 지켜봤지만, 신 회장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일본으로 건너갈 형편이 되지 않아 장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롯데 수뇌부도 신 회장 장인상 조문 등을 위해 도쿄에 집결한다.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와 이원준 유통 사업부문(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 이재혁 식품 BU장, 허수영 화학 BU장 등은 신 회장 장인상 조문을 위해 2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황 공동대표 등은 26일 오전 거행되는 발인 행사를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장인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연말연시를 일본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뒤 내년 초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관계자들과도 만나 1심 재판 결과를 설명하고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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