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맛있는 역발상으로 대박낸 ‘풀잎채’

정인기 한식뷔페 브랜드 풀잎채 대표 인터뷰
두부 기계 만들어 팔다 ‘두부집’ 사업 시작
IMF 위기가 기회…두부집 가맹본사로 승격
“한식도 풀코스로” 2013년 풀잎채 탄생
한식 플랫폼 ‘풀잎채’로 한식 세계화 도전
  • 등록 2018-07-18 오전 6:00:00

    수정 2018-07-18 오전 6:00:00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한식집 가서 배불리 먹고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은 몇 명 없다. 한 상에 수십 가지 반찬만 늘어놨지 정작 먹을 음식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객이 정말 원하는 메인 요리와 유명한 맛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반찬을 나눠서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식 뷔페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정거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면 한다.”

단골 두부집서 한식업 ‘길’ 찾다

정인기(57) 프리미엄 한식 뷔페 브랜드 풀잎채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식, 서양식부터 가정간편식(HMR)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쏟아지고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정 대표는 고민이 많은 얼굴이었다. 현재 전국에 44개 매장을 운영 중인 풀잎채는 계절밥상(CJ푸드빌), 자연별곡(이랜드파크), 올반(신세계푸드)과 함께 4대 한식 뷔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연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274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풀잎채를 만들기 20여 년 전 비싸기만 했던 한식집을 보면서 “우리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1~2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쾌적한 분위기에서 한식을 먹을 수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십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한식집은 가격 대비 질이 떨어졌고 당시만 해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대중이 한식을 즐긴다는 것은 부유층에나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풀잎채로 이를 실현한 그는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산다. 바로 한식의 세계화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 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한식으로 ‘외길’을 걸어온 정 대표는 기계 개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명 공돌이였다. 회사 동료와 자주 찾던 청계산 단골 두붓집. 어느 날 단골가게 주인의 “두부 만들기 힘들어서 더는 장사 못 하겠다”는 푸념을 듣게 된다. 콩을 잘게 부수고 가는 것은 기계가 맡았지만 콩죽을 끓여 자루에 담고 짜는 과정은 손으로 해야 했다. 당시에도 콩을 갈고 짜는 기계가 있었지만 육중한 몸집에 비싼 가격 탓에 일반 가게에 둘 수 없었다.

당시 회사에서 기계류 설계 및 영업을 담당했던 정 대표는 단골집 식당 주인의 말 한마디에 작은 두부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매달렸다. 조밀한 두부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모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모터가 1분에 몇 번을 회전해야 콩물과 비지가 분리될까. 실패를 거듭한 끝에 1800rpm(분당 회전수)이라는 ‘황금 회전율’을 찾았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개발한 두부 기계를 팔기 시작했다.

“밤에 와 밤에.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일단 밤에 와.” 포천의 한 산길에서 쪼그려 앉아 두부를 팔던 한 욕쟁이 할머니는 정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부 기계를 구매 후 구매대금은 주지 않고 자꾸만 밤에 오라고만 했다. 정 대표는 그날 밤 깜짝 놀랐다. 기계값 350만원이 전대 주머니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서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에 있는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한식집 주 고객은 주부”…편견 깨니 ‘대박’

“아! 두붓집을 해야겠구나.” 때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찬바람이 불 당시 정 대표가 일반 횟집을 리모델링해서 차린 두붓집(두부마을과 돌솥밥)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에게 위기는 기회였다. 값비싼 외식 집은 문을 닫았지만 서민 음식인 두부집은 오히려 잘 나갔다. 체인점을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정 대표는 팔다 남은 두부 기계 20여대를 가맹점에 주고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장사가 잘되니 욕심이 생겼다. 두부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반찬 가짓수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한정식’이 됐다. 정 대표는 한정식 타깃층을 회사원이 아닌 ‘주부’로 잡았다. 매장도 번화가가 아닌 한적한 동네, 특히 주거지역을 택했다. 회사원들을 위한 식당만 있었지 정작 아이, 남편을 다 보낸 빈집에서 주부들이 점심에 이용할 식당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정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주부들끼리 삼삼오오 한정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입소문을 타면서 저녁에는 모임 자리로 애용됐고 자연스럽게 매출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 대표는 “주택가에서 한식집을 한다니까 다들 ‘망하려고 그러느냐’고 했다. 절대 장사가 안될 것이라는 편견이 많았지만 고객의 요구는 다른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일이 잘 풀리기만 한 건 아니다. 2005년 두란, 2007년 풀잎채 한상, 2008년 풀잎채 두부사랑, 2009년 족발전문점 옹고집 등을 선보이며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 대표는 그래도 한식이 마냥 좋았고 끝까지 가 보고 싶었다.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주는 일, 세상에 이보다 행복한 직업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가 13일 서울 송파 오금로에 있는 풀잎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풀잎채가 전문적인 한식메뉴의 ‘플랫폼’ 역할을 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한식 플랫폼 ‘풀잎채’로 한식 세계화

“한정식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샐러드 바로 즐길 수는 없을까” “서양식 레스토랑은 잘되는 데 왜 한정식은 안될까” “제철 식재료로 차린 우리 한식도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디저트 커피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라는 숱한 고민과 생각 끝에 2013년 풀잎채가 태어났다. 주요 식재료는 지역 농가와 손잡고 계약 재배하거나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 그렇게 그는 풀잎채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밥상 제공의 꿈을 실현해 나갔다.

정 대표는 “밥집은 남기는 게 아니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음식을 가져다 드시는 불편을 끼쳐 송구했지만 5만원 하는 한정식 풀코스를 1만원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한식의 세계화다. 어떤 특정 메뉴가 아닌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것. 정 대표는 “이것이 ‘한식’이니까 한 번 먹어 봐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입맛에 한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는…

정인기 대표는 1984년 한양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기계 개발 회사인 ‘지 테크 코리아(G tech Korea)’에 근무하다가 1997년 푸른마을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한식시장에 뛰어들었다. 1997년 민속두부마을을 시작으로 식품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13년 1월 한식 뷔페 풀잎채를 론칭했다. 현재 자사 브랜드로는 풀잎채, 사월에보리밥과 쭈꾸미, 전복죽 주는 냉면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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