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방어하자"…민관, `자사주 취득` 카드 만지작

올해 7월까지 월평균 자사주 취득은 9건
손병두 이어 홍남기도 "자사주 규제완화" 시사
  • 등록 2019-08-08 오전 5:30:00

    수정 2019-08-08 오전 5:30:00

월별 자기주식 취득결정 공시건수(표=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미·중 무역전쟁, 신(新) 한일전쟁,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겹겹이 쌓인 악재로 지난달부터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민관이 나란히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2일부터 이달 6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 취득결정) 건수는 총 63건(정정 건수는 제외)이다. 8월을 빼면 월평균 건수는 약 9건이다. 월별로 보면 2월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월(10건), 4월(9건), 3월(8건)·5월(8건), 1월(7건) 순이다. 대부분은 취득 목적이 ‘주가안정’ ‘주주가치 제고’였다.

실제로 대화제약(067080)상상인(038540) 등 두 회사가 주가하락을 방어하고자 이날부터 각각 36만주와 52만주를 취득하기 시작했다. 강소제약사를 자처하는 대화제약의 경우 바이오 종목이 동반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 종가 대비 지난 6일 종가는 49% 하락했다. 상상인 또한 연일 주가가 급락 중인 신라젠 투자설이 제기되면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양사는 기초체력에 문제가 없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각각 배당과 기존 자사주 소각을 병행했음에도 동화제약은 8.31% 오른 반면 상상인은 16.8%나 내리며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상상인의 추가 자사주 취득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경제금융 당국 역시 자사주 취득 규제 완화가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 규제 완화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처음 시사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재차 언급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총출동해 무게감을 더했다.

홍 부총리는 “이미 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기초해 증시 수급 안정 방안,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 가용한 수단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적기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취득 규제 완화는 위기 국면마다 금융당국이 꺼내든 카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함께 자사주 1일 매수주문수량 특례 조처가 내려졌다. 자사주 취득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하루에 살 수 있는 수량도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 자사주를 직접 취득할 경우 일일 취득수량은 많아야 ‘발행주식 총수의 1%’였으나 두 차례 위기 시엔 특례를 인정받아 ‘취득신고 주식 수 이내’로 늘어났었다. 각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면 유동 주식이 줄어들어 하락장에서 주가 급락 등 변동 폭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사주 취득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뿐더러 소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이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시장에 다시 풀릴 수 있는 잠재적 매물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는 ‘오버행’(대량의 대기물량) 우려로 되레 주가를 끌어내릴 개연성도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를 소각용으로 취득한 기업은 한라홀딩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2곳에 불과했다.

물론 자사주 취득은 주가관리 외에도 쓰임새가 있다. 물론 자사주 취득은 배당대체 효과를 통한 주가관리 외에도 쓰임새가 있다. 자사주는 향후 경영권 보호와 주식매수 청구권과 주식매수 선택권(스톡옵션) 행사 대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취득한도 제한 완화는 대다수 기업이 자사주를 원활히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수는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부 기업이 인위적인 주가부양에 악용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면밀히 모니터링에 나서는 한편 해당 기업들이 관련 공시를 적절히 하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