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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셀트리온·슈피겐코리아…개미 잡는 블록딜
블록딜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고(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1994만1860주를 처분했는데, 처분 단가가 시세대비 2.4% 가량 할인된 6만8800원인 점이 문제였다. 삼성 오너일가는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데 이러한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는 6만원대에 머물렀고 ‘6만전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도 블록딜 여파에 몸살을 앓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보유 중이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각각 230만주와 260만주를 처분했기 때문이다. 거래금액만도 셀트리온 39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700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도 매각가가 전날 종가보다 6~9% 할인된 가격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루에만 셀트리온 주가는 7.18% 내려앉았다.
주요 주주 매도 사전 신고 의무 법안 발의…“시장서 소화하게 둬야” 의견도
블록딜에 따른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일반주주 보호와 주요주주의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권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블록딜도 포함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 신고 규정이 없다. 하지만 주요주주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급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주주들에게 돌아가는데다 자칫 주요주주가 기업 내부정보를 먼저 알고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만일 주요주주가 대량매도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 해당 주식을 매도할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정보와 상관없이 정말 투자회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내부정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사전 공시제도가 시행된다면 시장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도 소액주주 보호를 주요 과제로 삼은 만큼,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블록딜을 막기는 어려운 만큼 이를 규제 대상으로 보는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록딜을 장외거래로 하도록 규정한 것 자체가 장내에서 거래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부터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블록딜 자체보다는 높은 할인율이 문제인 것인데 이 때문에 사전 공시 의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기보다 (블록딜 이후 충격을)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