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아니지만 고시식당行…“한끼에 4천원, 월 식권 끊었다”

밥·국·반찬에 후식까지…저렴한 고시촌 식당들
중장년층도 발길 늘어
고시생 손님 줄어 울상이던 상인도 ‘반색’
  • 등록 2023-04-04 오전 6:00:00

    수정 2023-04-04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김영은 수습기자] “가격이 다른 일반 식당보다 저렴한 데다 과일까지 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일주일에 3~4회 정도 찾아요.”

3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관악구 신림로 한 고시식당에서 학생층이 아닌 연령층의 손님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고정적인 수입 없이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50대 송모씨는 서울 관악구의 고시 식당을 자주 찾는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김밥천국 같은 음식점에서도 한 끼를 해결하는 데 1만원 안팎이 들어서다. 송씨는 “하루에 두 번 사용 가능한 월 식권이 26만원인데, 한 끼로 치면 약 4000원대라 저렴해 샀다”며 “나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이면 값싸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귀띔해줬다.

4000~65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신림동 고시촌의 한식 뷔페는 요즘 중·장년층이 몰려 성황이다. 고기반찬은 물론 국, 채소반찬에다 후식으로 과일이나 주스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29~30일 신림동 고시촌의 한 식당을 찾았을 때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손님부터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 등 중·장년 남성이 10여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고시 식당에서 5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김모(40)씨는 “고시생과 일반인의 비율이 7대 3이었는데 6대 4 정도로 일반인이 늘었다”고 했다.

이날 신림동 고시식당 거리에는 식사를 마친 중년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근 마트에서 일하는 정모(59)씨는 “마트 휴무 때 빼고 일주일 4~5회 고시 식당을 찾는다”며 “다른 식당은 너무 비싼데 고시식당은 저렴해서 아예 월 식권을 끊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40대 이모씨는 “신림에 오래 살다가 옆 동네로 이사갔는데 아직도 가격이 저렴해서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찾는다”며 “요새 다른 곳에선 한 끼에 2만원 가까이하는데 여기선 만원도 안 되니까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고시 식당을 찾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외식물가 가격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외식물가지수는 115.45(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보다 7.5% 올랐다.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울에서 냉면이나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려 해도 1만 원 넘게 든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포털에 따르면 2월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지난해 동월보다 7.3% 오른 1만 692원에 달했다. 비빔밥은 1만 115원, 삼계탕은 1만 6115원으로 집계됐다.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중장년층들이 고시 식당을 찾자 식당 주인들은 반색하고 있다. 가뜩이나 감소하는 고시생들 탓에 매출이 줄고 있던 까닭이다. 한 고시식당 사장 A씨는 “한 끼에 5500원하다보니 저렴해서인지 일반인 분들이 많이 온다”며 “작년보다 일반인 손님들이 20% 정도 늘은 것 같다”고 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물가가 조금씩 오를 때는 소비자들이 (식당 가격을) 충분히 수용을 하겠지만 최근 물가 오름세는 가파르고 점심 한 끼에 만 원 이상을 들여야 해서 (고시식당 같은 곳) 식권까지 끊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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