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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1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친미, 대만독립 성향의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양안(중국과 대만) 협력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중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전략과 지정학적 지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양안간의 경제협력이 회복되느냐,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하는 탈동조화)이 가속화되느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만 선거 결과에 따른 큰 변화 중에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주목된다. 대만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거느린 세계 반도체의 핵심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승리하면 (TSMC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가 이기면 (TSMC가)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곧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 교수는 “TSMC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에서 배제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 창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에서 TSMC가 배제되면 삼성전자가 그 점유율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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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만 선거를 앞두고 현지에선 어느 때보다 투표에 대한 관심이 열렬해 ‘귀국 투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구 교수는 “대만 현지에서 친한 지인의 가족은 오래전에 일본으로 이주했는데 그 부부가 투표하려고 이번 주에 귀국했다”며 이번 총통 선거를 위해 귀국하는 재외국민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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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만 현지에서는 ‘언더독’(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 움직임도 있다. 제3 후보인 대만민중당(민중당)의 커원저(64)가 낮은 임금과 높은 집세 등과 씨름하는 등 현실에 불만을 품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구 교수는 “(대만 현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우리 클래스의 학생들도 평소와 달리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민진당도 국민당도 다 싫고, 제3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만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중심의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젊은 층 중심으로 양당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커원저 후보의 부상을 엿볼 수 있는데 60대에도 SNS를 능숙하게 다루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대만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의사에서 정치인이 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양당 후보에 뒤지고 있지만, SNS에서는 확실한 선두주자”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