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굴 속 흐르는 강따라 '원시로의 여행'

'힐링의 섬' 필리핀 팔라완 여행
태초 자연환경 고스란히 간직…끝없는 별과 바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지하강 투어' 필수
이와힉강에선 별·반딧불과 하나돼
에메랄드빛 바다 보려면 혼다베이에
맹그로브숲에선 공정여행 참맛 느끼기도
  • 등록 2015-06-16 오전 6:40:00

    수정 2015-06-16 오전 6:53:43

필리핀 팔라완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지하강 국립공원. 총 8.2km에 이르는 이 천연 수중동굴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이다(사진=하나투어).


[팔라완(필리핀)=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제 곧 여름 휴가철이다. 어디로 갈까. 똑같은 고민은 매년 반복된다. 만약 필리핀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팔라완’이 제격이다.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곳은 세부와 보라카. 마치 제주도에 온 듯 한국사람이 넘쳐난다. 수도 마닐라에서 서쪽으로 약 600㎞ 떨어진 팔라완은 다르다.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팔라완은 시간이 멈춰진 듯 하늘, 바다, 구름, 파도마저 한적하게 느껴지는 필리핀이 자랑하는 비경이다. 세부나 보라카이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태초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유난스럽게 사진을 찍기보다는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힐링과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에코여행을 꿈꾼다면 최적지다. 단언컨대 팔라완은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북두칠성·남십자성 아래 반딧불 반짝반짝

팔라완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인근 이와힉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반딧불투어’다. 수만그루의 맹그로브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둠이 내리고 나서다. 사랑 고백이나 프로포즈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과연 팔라완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어둠이 내린 뒤 3인용 패들보트를 타고 강 하류로 천천히 이동하자 밤하늘은 거짓말 같은 광경을 만들어낸다. 은하수가 이런 것일까. 정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별이 많다. 북두칠성과 남십자성도 한눈에 들어온다. 머나먼 이국땅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자연스럽게 생각날 정도다.

별빛에 넋을 놓고 있을 때쯤이면 가이드가 “라이트! 레프트!”를 외친다. 강 양편의 맹그로브숲에는 반딧불 향연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운이 좋으면 수천마리의 반딧불을 만들어내는 ‘크리스마스트리’도 감상할 수 있다. 노를 젓거나 강물에 손을 담그면 형광색 불빛을 뿜어내는 생체 발광 플랑크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워낙 환상적인 빛을 자랑해 반딧불투어가 끝날 때까지 강물에서 손을 빼기가 힘들다.

필리핀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위치한 지하강 국립공원 전경(사진=하나투어).


◇지하강 동굴서 박쥐 오줌 맞으면 ‘로또 대박’

팔라완 여행의 백미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위치한 지하강 국립공원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팔라완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들르는 곳이다. 2000만년 전 시간여행이 주는 신비로움이 압권이다.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거대한 천연 수중동굴은 총 8.2㎞에 달한다. 아쉽지만 관광객은 왕복 1시간 정도로 1.5㎞ 구간만 둘러볼 수 있다.

팔라완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사방비치. 나무로 만든 필리핀 전통배인 방카보트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면 지하강 입구에 도착한다. 사전예약이 없으면 투어에 참가할 수 없다. 주정부에서 생태계 보호를 위해 관람인원을 하루 최대 12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

아름다운 석회암 절벽과 숲으로 둘러싸인 입구는 화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내부는 깜깜함 어둠이다. 탄성은 뱃사공이 조명을 비출 때마다 터진다. 석회담 종유석과 석순으로 이뤄진 각양각색의 암석은 대자연의 경이를 느끼게 한다. 무수한 세월을 견딘 예술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은 동굴 곳곳에 셀 수 없이 날아다니는 박쥐다. 무섭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행운의 상징이다. 지하강 투어 도중 박쥐의 오줌을 맞으면 엄청난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만약 여기서 박쥐오줌을 맞은 한국 관광객이라면 로또대박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필리핀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위치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지하강’ 입구(사진=하나투어).


◇팔라완 바다의 진수 ‘혼다베이 호핑투어’

푸에프토 프린세사 사방비치 선착장에서 30분 가량 배를 타고 나가면 10여개의 크고작은 섬을 만날 수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푸른 바다와 고운 백사장은 기본이다. 판단섬, 스네이크섬, 카오리섬 등 3~4개의 섬을 돌며 각각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림 같은 해변 너머로 뭉게구름은 손에 잡힐 듯 널려 있다. 사진을 찍으면 아마추어라도 작품사진을 만들어낼 정도로 풍광은 예술이다. 그늘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섬으로 가는 도중에는 호핑투어도 즐길 수 있다. 호핑투어는 필리핀 전통배인 방카를 타고 스노클링이나 낚시 등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팔라완은 사실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필리핀의 다른 지역과 달리 태풍의 영향권에서 거의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바지선 팜바토 리프에 들르면 해양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을 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난다. 투명한 유리같은 바닷속에서 스노클링으로 다양한 산호와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친구처럼 다가오는 물고기 역시 색다른 경험이다.

팔라완 혼다베이 호핑투어의 중심지인 카오리섬.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예술이다(사진=하나투어).


◇“나도야 병만족장”…카누 타고 ‘맹그로브숲’ 감상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 산카를로스강에서는 공정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산카를로스강에서 새 모양의 작은 유람선은 원주민이 운영한다. 서툰 영어지만 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망고주스와 강바람에 가슴 속까지 시원하고 수박만한 크기의 맹그로브 씨앗으로 퍼즐을 맞추는 것도 잔재미다. 유람선 운영 등 관광수입은 원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맹그로브숲 보호 등 생태계 보존에 쓰인단다.

작은 유람선을 타고 1㎞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맹그로브숲을 감상할 수 있다. 맹그로브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의 개펄에서 자라는 생명의 나무로 지구의 허파역할을 한다. 강 양쪽에 다양한 맹그로브 나무를 좀더 가까이 감상하려면 패들보트를 직접 타볼 수도 있다. 직접 노를 저어가다 보면 TV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장이 카누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는 기분도 느껴볼 수 있다.

팔라완 원주민이 운영하는 ‘맹그로브 리버크루즈 투어’에선 공정여행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유람선 운영 등 관광수입은 원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맹그로브숲 보호 등 생태계 보존에 쓰인다(사진=하나투어).


◇여행메모

△가는길=국내서 필라완을 연결하는 직항은 아직 없다. 마닐라를 경유해서 가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4시간. 그곳에서 팔라완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는 필리핀 국내선으로 1시간을 더 이동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국내선 이동에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 1983년 마르코스대통령 시절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 마닐라공항에서 암살당하면서 필리핀 공항의 수속과 검색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연착에 대비해 책이나 음악을 준비해 두는 게 좋다. 지하강 인근의 사방비치까지는 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머물곳= 푸에르토 프린세사 도심의 아지자 파라다이스호텔이나 지하강 인근 쉐리단 비치 리조트가 적합하다. 전자제품은 110V를 주로 쓴다. 220V용 멀티탭을 호텔에서 빌려주기도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호텔이나 상점의 경우 신용카드나 달러를 잘 받지 않아 필리핀 화페인 페소를 넉넉히 환전해가는 것도 필수다.

△여행상품=팔라완은 국내에 덜 알려져 있어 패키지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는 많지 않다. 하나투어는 팔라완의 지하강투어와 혼다베이 호핑투어 일정 등이 포함된 ‘마닐라·팔라완 5일’을 선보이고 있다. 팔라완을 대표하는 쉐리단 리조트 숙박과 리조트식, 무동력 해양스포츠 등이 포함된 상품이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인근의 대표적인 숙소인 ‘쉐리단 리조트’ 앞 사방비치 풍경(사진=하나투어)
필리핀 팔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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