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학생에 '폭언' 학부모…교단 떠나는 교사들

[무너진 교권]①
교육활동 침해, 코로나19 후 3배 급증
모욕에 폭행, 성희롱 등 수위도 심각
  • 등록 2023-07-24 오전 6:00:00

    수정 2023-07-24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서울에서 근무 중인 40대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 5월 교편을 놓기로 결심했다. 담임을 맡는 1학년 학급에는 이른바 ‘금쪽이’(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지칭하는 표현)로 분류되는 아이가 셋이나 포함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더욱 힘든 건 학부모와의 조율 과정이었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늘 아동학대 위험에 노출됐다. 학부모들의 고소 위협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A씨는 교직생활을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1학년 담임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일선 교사들이 참았던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고인이 최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을 도화선으로 교사들의 감정은 폭발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현실에서 아예 사라졌다. 오히려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무조건 참아라”, “일단 사과하라” 말을 듣는 게 현실이다. 교권보호는커녕 날개없는 추락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장 교사들의 고충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폭증세다. 2020년 1197건에 불과했던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 또한 116건에서 202건으로 늘었다. 교권 침해 유형도 심각하다. ‘모욕 및 명예훼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상해·폭행이 10%가 넘어 그 뒤를 잇는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이초 사례뿐만이 아니라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더 심각한 케이스들이 교육현장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는 서이초 사건에 분노한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면서 진상규명과 교사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를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은 교권보호 관련 법안의 조속한 개정을 강조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논란의 핵심은 학생인권조례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이와 관련,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시도교육감과 협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보다는 교권 사이와의 균형점을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통해 학생의 의무조항을 반영해야 한다”며 “교사인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분명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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